[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새누리당이 20대 총선 공천을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했지만 공천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개혁공천'을 앞세우며 갈수록 기세등등해지고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김 대표가 추진해온 국민공천제와 함께 전략공천 불가 방침이 관철될 수 있을지 여부다.
김 대표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공천제의 취지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00%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상향식 공천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마지막 자존심이 걸려 있는 싸움이나 다름없다. 그가 지난 18일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공개석상에서 설전을 벌이며 정면충돌한 것도 이 때문이다.
눈에 띄는 건 공천 전쟁이 심화될수록 김 대표는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는 반면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시종일관 여유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관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상 실질적으로 공천의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공관위가 '공천 관리'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위원장은 '개혁공천'이라는 이름으로 현역 물갈이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또한 이 위원장은 김 대표를 향해 거침없는 '돌직구'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공관위원들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도 공천 안 준 적 있다", "제발 좀 당대표는 공천에 대해 관여하지 말라고 해달라. 딴 걸 걱정을 해야지 자꾸만 공천을…"이라고 비꼬았다.
주말부터 공관위의 예비후보 면접 심사가 진행되면서 급기야 두 사람의 관계가 역전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9대 공천 때와는 달리 현역의원들까지 예외 없이 면접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는 21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당 대표도 면접에 안 나오면 공천 보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에게도 엄격한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경고 메시지다. 김 대표로부터 공관위원장 임명장을 받았지만 이제는 면접관으로서 면접자(김 대표)를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향후 공관위의 최종 결정은 당 대표가 아닌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고위는 친박이 수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에 자칫 김 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다. 더군다나 친박 의원들은 국민공천제가 김 대표만의 주장이며, 상황에 따라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친박계가 공공연하게 반기를 드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국민공천제의 본래 취지를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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