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세무조사 무마 등의 대가로 억대 금품을 뜯어낸 혐의로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의 사촌동생이 재판에 넘겨졌다. 임 전 이사장도 곧 기소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최성환)는 공갈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임 전 이사장의 사촌동생 임모(65)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임씨는 중견건설업체 대표 A씨를 상대로 세무조사 불이익을 당할 것처럼 겁줘 2010년 5월 2억원을 뜯어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재개발 사업승인이 나면 잔금을 받는 조건으로 2006년 A씨가 운영하는 업체에 보유한 경기도 땅을 팔았다. 명의는 임씨로 되어 있었지만 실제 땅 주인은 사촌형 임 전 이사장이었다.
가뜩이나 싸게 팔았다는 아쉬움을 지우지 못한 이들 사촌형제는 재개발 사업승인까지 미뤄지며 2년 넘게 땅값을 받지 못하자 세무조사를 빌미로 A씨 업체를 압박해 돈을 받아내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전 이사장은 A씨가 관할 세무서장을 거쳐 자신의 사촌동생과 만나게 했다고 한다. 세무서장들과의 다리는 평소 친분이 있던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놔준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는 2009년 수차례 A씨를 만나 “사업승인 전이라도 잔금을 달라. 땅도 너무 싸게 판 것 같으니 2억원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다른 땅 주인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며 거절했으나, 임씨는 “우리 형이 안기부 고위직 출신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다. 차기 국정원장 이야기도 나오는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받게 하겠다.”며 윽박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겁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이 실제 2010년 3월 A씨 업체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조사3국장은 박동열씨다. 같은해 5월 임씨가 다시 찾아와 “형(임경묵 전 이사장)에게 부탁해 세무조사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도와 줄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A씨는 매매잔금을 포함해 6억여원을 건넸다.
검찰은 지난달 말 임씨를 체포·구속한 데 이어 이달 2일 임 전 이사장도 구속해 조사해 왔다. 검찰은 임 전 이사장도 구속만기일에 맞춰 이번주 내 기소할 방침이다.
한편 박동열 전 청장은 2011년 공직 퇴임 후 유흥업소 업주,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달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세무 대리 수임료일 뿐이라는 박 전 청장 주장이 먹힌 덕분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박 전 청장도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할지 검토 중이다. 사촌동생 임씨 표현에 따르면 박 전 청장은 “임 전 이사장의 심복”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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