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5300여개사 부도 위기…영세업체는 발 동동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저쪽(개성공단 입주기업)도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 알지만 우리는 당장 밥줄이 끊겨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개성공단 내 사무용품 납품업체 대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따른 2ㆍ3차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입주기업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5300여개 협력사는 물론 식자재 등을 공급하는 90여개 유통 서비스업체,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업체들까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따라 124개 입주기업을 지원하던 유통 서비스 협력업체 90여곳이 당장 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식자재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박 모씨는 "생산기업에게 납품한 식자재 대금 2억원을 현재 받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설상가상으로 우리에게 납품한 업체들로부터 대금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 계속 전화가 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각종 시설과 설비를 관리ㆍ보수해 온 윤 모 대표는 "개성공단 소규모 서비스 협력업체의 90% 이상은 개성공단에서만 영업 활동을 해온 회사들"이라며 "우리는 베트남으로도 갈 수도 없기 때문에 개성공단이 닫히면 모두 죽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건물 신축이나 개축을 하는 건설업체, 비누ㆍ치약ㆍ타올ㆍ식자재 등을 공급하는 유통업체, 식당 및 노래방ㆍ당구장 등을 운영하는 서비스업체가 1차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2~3차 협력사들은 5000여 곳이 넘는다. 124개 입주기업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이들과 거래하는 영세 납품업체들은 당장 판로가 막히게 된다. 이들 협력업체 5000여 곳의 근로자 수는 12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성공단에서 물품을 받아 판매하기 위해 설립된 개성공단상회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오픈한 직영점을 시작으로 현재 5개 대리점이 운영 중이다. 실제 영업 기간은 2∼5개월에 지나지 않아 현 시점에서 매장을 닫게 되면 투자원금도 못 건지는 실정이다.
또 개점 준비가 한창이었던 서울 군자역점은 내부 공사비와 가게 계약금 등으로 이미 1억원 가량 지출했으나 이를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다음 달 개점 예정인 강남점도 마찬가지다. 출범 당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직접 다녀가 격려하기도 했던 상회는 올해 매장을 총 30개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한 대리점 대표는 "개업 몇 개월 만에 폐점 수순을 밟아야 할 처지라 막막한 상태"라며 "정부에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겠다고 하지만 공단과 관련된 우리 같은 2ㆍ3차 업체들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