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따라 정부가 내놓은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 대책 카드가 사실상 모두 소진돼 기업들의 경영난이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출 중심의 피해보상 대책이 2013년과 크게 다르지 않고 입주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설비보상 및 대체부지 건은 사실상 물 건너 갔기 때문이다.
정부는 12일 발표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긴급 지원 대책은 정부 정책자금 등 지원, 세제 및 공과금 지원, 정부조달 관련 지원, 입주업체의 고용 관련 지원 등으로 나뉜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우선 발표하는 지원 대책은 입주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한다는 원칙 아래 즉시 시행이 가능한 조치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입주기업들이 원하는 보상과는 온도차가 크다. 2013년 개성공단이 5개월 넘게 중단된 뒤 내놓은 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 정부가 공단 내 자산몰수 조치를 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원하는 설비보상 등은 빠졌다. 대출 및 보험 관련 지원이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마저도 과거 전례에 보듯 실제 입주기업의 피해금액에 턱 없이 부족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 시기 정부가 입주기업에 집행한 지원금은 2938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원청업체 납품채무와 재고자산, 투자액 등 총 1조359억원의 피해금액을 통일부에 신고했다. 이 가운데 통일부가 서류 증빙 등 실사를 거쳐 인정한 피해액은 7860억원이다. 정부가 피해를 인정한 금액만 놓고 봐도 지원금과 차이가 크다.
특히 정부가 내세우는 경협보험의 경우 '환급조항'이 있다. 이 때문에 재가동 될 경우 지원받은 금액을 반납해야 한다. 경협보험은 업체당 손실액의 90% 범위에서 최대 70억원을 지급한다. 현재 남북관계가 언제 회복될지 못한 상황에서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단이 재가동된다고 해도 보험금을 되돌려주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크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험보험 외에 '대체부지' 마련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크다. 정부 합동대책반은 약 84만㎡ 규모의 개성공단 부지를 기존 산업단지에 마련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입지선정부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업단지통계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일반산업단지를 포함한 전국 산업단지 분양률은 94.1%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80%가 섬유와 의복, 기계 부문인 상황에서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입지가 적합하지 않다. 북한이 몰수한 설비와 자재에 대해서도 정부는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을 들어 국민세금으로 피해를 메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하는 수도권 지역에 대체 부지를 마련한다고 해도 '높은 인건비'는 큰 숙제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주 48시간 기준 월 최저임금이 73.57달러(약 8만9000원)다. 올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으로 월 최저임금은 115만7000원이다.
한편 정부는 15일 오후 서울청사에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개성공단 정부합동대책반 2차 회의를 개최한다. 기존의 돈을 빌려주는 대책이 아닌 실효적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앞으로 입주기업들의 법적 소송 등 논란은 끊이질 않을 전망이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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