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박모씨(64)는 거주 중인 서울 노원구의 시가 3억원짜리 아파트 외에 충남 천안의 1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도 한 채 보유하고 있다.
천안의 아파트를 통해 55만원씩 월세를 받아왔지만 그 외 별다른 소득이 없어 생활자금이 항상 부족했다. 고민 끝에 박씨는 지난해 말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했고 매달 70만원가량의 연금을 받게 됐다. 매달 들어오는 자산소득이 55만원에서 120만원 이상으로 훌쩍 뛰어오른 것이다.
다주택 보유자들의 주택연금 가입이 늘고 있다. 17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의 주택연금 상품에 가입한 다주택자는 688명으로 전체 신규 가입자 6486명의 10.6%가량을 차지한다.
2014년 11월 보유한 주택 가격(시세 기준)을 모두 합해 9억원 이하인 경우에 한해 다주택자도 주택연금 가입이 허용된 이후 같은 해 말까지 두달만에 123명이 가입했으며 지난해 3월 311명, 6월 457명, 9월 604명, 12월 811명으로 누적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해 신규 가입자 수가 전년에 비해 28%가량 크게 늘어난 것도 다주택자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주택연금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매월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가입자격은 만 60세 이상이며 주택 가격과 연령 등을 고려해 연금 액수가 정해진다. 예를 들어 65세에 3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했다면 매달 80만원가량을 사망시까지 받을 수 있다.
월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다주택자들의 경우 매달 임대소득과 함께 연금을 받게 되면 비교적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보장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거주하고 있는 주택으로는 연금을 받고 비거주 보유 주택에서는 월세를 받는 방식의 노후 대책이 점차 확산되는 것 같다"면서 "이에 더해 국민연금과 노령연금, 퇴직연금 등까지 받는다면 노후에 물질적인 걱정을 한결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합산 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거나 부부 중 한 명만 60세 이상이라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도 국회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 중인 다주택자들의 주택연금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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