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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의 體讀]세계경제 판을 바꾼 '기업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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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의 아버지' 조지 미첼의 역발상
석유가스 감소대비 에너지산업 혁신
2009년부터 5년간의 대혼란 분석
슘페터 '창조적 파괴론' 관점으로
엔론사태·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전 세계 금융위기 대응법 제시


[최대열의 體讀]세계경제 판을 바꾼 '기업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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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셰일가스의 아버지'로 꼽히는 미국의 조지 미첼(1919~2013)은 자신이 평생 매달린 일이 국제 정치지형도까지 바꿔놓을 줄 예상했을까.


가난한 그리스 이주민의 아들로 어린 시절 구두닦이 생활을 한 미첼은 2차 대전에 참전한 이후 작은 에너지 회사를 차렸다. 1970년대 들어 미국 내 천연자원이 고갈되자 다른 에너지회사는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석유와 가스가 감소하는 등 미국의 에너지산업이 쇠락할 것이라는 데이터나 조짐은 충분했다.

미첼은 텍사스를 고집했다. 땅 속 깊은 곳에 묻힌 셰일가스를 채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미첼은 셰일가스를 처음 발견한 사람도, 암석에 고압의 액체를 분사해 안에 갇힌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수압파쇄공법을 처음 개발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둘을 교묘히 배합하고 남들의 만류에도 수십, 수백 곳의 유정을 찾아 시도한 결과, 에너지산업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중동 산유국은 셰일가스를 내세운 미국 에너지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저유가 정책을 고수하는데, 이는 오히려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러시아의 발언권이 약해진 것도 같은 배경에서 이해 가능하다. 에너지산업의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펼쳐진 2016년의 국제 역학관계는 한 기업가의 혁신이 세계를 뒤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코노미스트'의 경제전문 편집장인 에이드리언 울드리지는 미첼의 성공사례를 들어 "기업가 정신의 전형"이라고 평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던 2009년, 울드리지와 이코노미스트는 '슘페터 칼럼' 연재를 시작했다. 칼럼의 제목을 20세기 초중반 활동한 조지프 슘페터(1883~1950)로 정한 건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반(反)기업 정서가 횡행하는 시대에, 기업 혹은 기업가 연구에 천착했던 슘페터를 들여다봐야한다는 게 울드리지의 주장이다.


그는 "(잡지를 창간한) 제임스 윌슨은 영국인에게 노동당 당수인 헤럴드 윌슨을, 미국인에게는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을 연상시켜 (칼럼의 제목으로) 채택되지 못했다"며 "2차 대전 이후가 케인스의 시대였다면 현대는 슘페터, 즉 기업가가 중심인 시대"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 번역된 '대혼란을 넘어'는 울드리지가 2009년부터 5년간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파괴, 혼돈의 단면을 분석한 칼럼을 엮은 책이다.


슘페터가 주창한 '창조적 파괴'는 현대 자본주의 시대의 속성을 꿰뚫는 혜안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언급돼 왔다. 여기에는 기업가의 혁신을 통해 기존 경제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탄생하는 과정이 꾸준히 반복된다는 변증법적 사고가 녹아 있다. 21세기 벽두에 엔론 등 거대 글로벌 기업이 사라지고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촉발하는 등 전 지구적으로 켜켜이 쌓여가는 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하는가에 대해, 울드리지는 슘페터의 시선을 빌리고 자신의 분석을 덧대 제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미첼의 셰일가스 개발스토리 외에도 기업가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많다. 10여 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통신사업을 시작한 모 이브라힘 셀텔 창업자는 누구도 아프리카에서 통신사업 엄두를 못 낼 때 사업을 시작해 세계적인 부호가 됐다. 션 디민ㆍ마이클 디민 부자는 토바고에서 어부들이 물고기 수 톤(t)을 그냥 썩히는 걸 보고 남은 물고기를 뉴욕 레스토랑으로 보내는 씨투테이블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이러한 성공적인 역발상은 기존의 통념을 거부하는 자신감이나 장애물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고 울드리지는 설명한다.


최근으로 시간을 국한한다면 '파괴'의 원동력은 정보통신기술(IT) 특히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이나 세계화와 같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카 셰어링 업체 집카(ZIPCAR)나 넷플릭스, 렌트댓토이와 같이 공유경제에 기반을 둔 사업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롱고노트 농장은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원예 산업을 발전시켜 유럽 전역에 장미를 공급한다.


그러나 IT나 세계화를 혁신의 전제조건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애플이나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IT기업 외에도 혁신을 보여주는 곳이 많다. 심지어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보여준 혁신 역시 미국 정부의 각종 기술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책은 지난 5년간 각기 다른 시기에 게재된 칼럼을 네 분야로 나눠 실었다.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급변하는 여타 산업의 경영환경이 바뀌는 모습은 물론 전 세계 각지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한 기업의 사례, 나아가 권력의지ㆍ과시ㆍ부패와 같이 세대를 넘나드는 보편적인 주제도 다뤘다. 영어식 비유를 그대로 직역한 듯한 문장은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나 두세 번 되뇌며 읽다 보면 의미가 와 닿는다. 대중매체에 실린 글인 만큼 각각의 소주제마다 호흡이 짧고 어렵지 않게 쓰인 점도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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