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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감독으로 산다는 것]"감독은 결과를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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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용 제일기획 스포츠구단 운영담당 부사장
단일팀 최장수 배구감독 20년
"책임은 리더의 몫…변명은 없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신치용 제일기획 스포츠구단 운영담당 부사장(61)은 프로 감독으로서 가장 성공한 지도자다. 1995년 11월 7일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지휘봉을 잡아 지난해 6월 1일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꼬박 20년을 감독으로 일했다. 단일팀 최장수 사령탑. 성과도 출중했다. 실업배구 시절을 더해 1996년부터 매 시즌 결승(총 20회)에 올랐다. 이 가운데 세 번(2005~2006·2006~2007·2014~2015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우승을 일궈냈다. 배구단장으로서 선수단을 지원하는 역할로 임무가 바뀌었으나 프로배구에 그가 남긴 발자취는 여전히 선명하다. 성적은 물론 팀의 기반과 문화를 완성하고 명예롭게 2막을 시작한 그와 지난 4일 만나 '감독 성공학'에 대해 들었다.


◆옳은 일이라면 소신대로="실수를 줄이면 실패가 적다." 신 부사장은 스스로를 '운장(運將)'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운도 준비된 사람에게 따라온다고 믿는다. 탁월한 능력이 성공을 보장하는 조건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수를 줄이려면 자신은 물론 선수단에도 엄격해야 한다. 그는 늘 "감독은 선수에게 인기를 얻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만큼 지도자로서 냉정했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훈련은 물론 사생활까지 엄격하게 통제했다.

예외 없이 오전 6시 기상, 규율 강조…피자·치킨 등 간식·사생활 통제


삼성화재 선수단은 매일 오전 6시면 일어나 일과를 시작한다. 몸무게부터 잰다. 생체 리듬을 이유로 아침식사 시간에 늦잠을 자려는 외국인 선수에게도 단호하다. 정해진 규율 안에서 누구도 예외는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선수단의 간식은 삶은 달걀이나 고구마, 과일 등으로 제한하고 탄산음료나 피자, 치킨 등 열량이 높은 음식도 일절 먹을 수 없다. 휴대전화도 사용을 금지한다.

일방적인 강요는 아니다. 신 부사장도 감독으로 일하면서 가장 먼저 훈련장에 나와 선수들을 지켜봤다. 개인 용무 때문에 늦게 잠자리에 들거나 과음을 해도 이 원칙은 철저하게 지켰다. 그는 "프로의 기본자세는 절제다. 규칙을 따르고 성실해야 한다. 선수들이 불만을 가져도 팀과 경기력을 위해 옳은 일이라고 믿으면 타협 없이 소신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인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내가 먼저 규칙을 따르면 잔소리할 이유가 없다. 대신 우승을 하고 합당한 보상으로 선수들을 만족시켜야 훨씬 강도 높은 요구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감독으로 일하면서 배구에만 몰입했다.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부업을 찾는 등 한눈을 팔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선수단을 강도 높게 몰아붙여도 결과를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감독은 지도자가 아니다=그는 프로 감독을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역할 구분도 분명하다. 기술을 가르치는 일은 코치의 몫. 감독은 통솔하는 리더다. 각자 임무에 맞게 제 자리에서 움직이면서 팀으로 성과를 내도록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결과가 없는 이론가가 제일 한심하다"고 했다. 성적을 내지 못하는 전술, 장밋빛 포부, 팀 특성에 맞지 않는 시도들을 경계한다. 배구에 대한 이론이나 기술 등은 프로에 오는 선수들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장황한 설명보다 팀이 정한 전술대로 선수들을 배치하고 최상의 결과물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외국인 공격수의 공격 점유율이 50%를 넘는 삼성화재 특유의 배구가 그렇게 탄생했다. 팀에 공격을 양분할 기량 있는 선수가 없다면 이길 수 있는 확실한 득점원에게 공격을 맡기고 나머지 구성원이 뒷받침하는 전략이다.


신 부사장은 이른바 '몰빵 배구'라는 비난에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아무리 좋은 스토리라도 경기에서 이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감독이 과정을 위해 승리를 버리는 건 무모하다. 성적이 나쁜데 과정을 칭찬할 사람은 없다. 감독은 외부 평판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은 두 개일 수 없다=겸병필승(謙兵必勝)과 헌신(獻身). 신 부사장이 팀 훈련장에 새긴 문구다. 그는 선수들에게 늘 겸손을 강조했다. 팀을 위한 희생도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코트에 선 여섯 명이 모두 에이스가 되고자 하면 그 팀은 무너진다." 대학 시절부터 이름난 선수였던 김세진(42), 김상우(43), 신진식(41) 등 스타들을 한 팀에서 경쟁 시킬 때도 그가 지킨 원칙이다. 팀이 성적을 내기 위해서라면 익숙한 포지션을 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선수들의 반발에 부딪혔으나 타협은 없었다.


그는 "감독을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선수와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기 싸움에서 밀리면 팀이 흔들린다"고 했다. 특히 기량이 뛰어나거나 베테랑 선수일수록 강하게 다그친다. 외국인 선수도 이 틀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켜보는 팀원들에게도 자극을 주려는 심산이다. 그는 "선수가 기량만 믿고 독단적으로 경기를 해서도 안 되지만 감독도 마음대로 전술을 세우는 게 아니다. 팀의 특성에 맞게 전략을 짜고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진다. 감독에게 변수란 있을 수 없다. 어떤 난관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름 없이 사라지는 이들에게=그는 선수단을 구성하면서 열 가지 단점보다 한 가지 장점에 주목한다. 다른 기량이 떨어지더라도 서브나 리시브 등 한 가지 기술에서 재능을 발휘한다면 팀원으로서 경기에 기여할 수 있다. 각자의 장점을 조화시켜 팀의 약점을 메우려는 의도였다.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신체조건과 특성에 맞는 배구를 해야 경쟁력이 생기고 출전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이처럼 선수들을 독려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름을 알린 스타가 대접받고 새로운 유망주들이 입문하는 한편 이름 없이 사라지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위한 안전장치도 없다. 설령 우리 팀을 떠나더라도 다른 팀에서 필요로 할 무기를 하나쯤은 갖춰야 한다"고 했다.


선수단 가족간 교류까지 막아 "승리 위해선 그 무엇과도 타협 안돼"


◆좋은 감독이란=신 부사장은 스스로를 냉정한 감독이었다고 인정했다. 불필요한 오해와 간섭을 이겨내기 위해 프런트와 선수단의 경계를 엄격하게 구분했고, 사적으로 선수들과 대화도 금했다. 아내나 부모 등 선수단의 가족끼리 교류하는 일도 막았다. 원칙은 명료하다. "감독이 선수와 개인적으로 얘기를 하거나 가족들과 친해서 좋을 일이 무엇인가. 팀을 위한 일이 아니라면 내가 먼저 거리를 두고 잡음의 여지를 없애면 그만이다."


그는 감독으로 일하면서 선수들에게 늘 강조했다. "훗날 돌이켜보고 내가 정한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나를 원망하거나 욕해도 좋다." 그와 한솥밥을 먹은 선수와 코치들이 어느덧 감독으로 변신해 올 시즌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이는 신 부사장에게도 큰 자부심이다. 지휘봉을 내려놓고 발자취를 돌아본 그는 "선수와 팀을 유별나게 아꼈던 감독"이라고 자신을 정의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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