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그대로인데…"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 높아진 까닭은

저신용자 대출 늘어 평균값 상승…씨티 6.25%·농협 3.72%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은행연합회가 마이너스통장 대출(신용한도대출) 금리 공시를 시작한 지 넉달이 지났지만 은행간 금리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에 따른 금리 경쟁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평균 금리가 올라간 은행들은 우량고객보다 저신용자 위주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늘어나면서 평균금리도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작년 12월중 취급된 대출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가 6.25%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8개 주요 은행 중 금리가 제일 낮은 NH농협은행(3.72%)과 2.53%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예컨대 마이너스 통장으로 1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고 하면 씨티은행 고객은 연간 62만원, NH농협은행 고객은 37만원의 이자를 내는 셈이다.

이는 은행연합회가 마이너스 대출금리를 공시하기 시작했던 지난해 9월 격차보다 더 크다. 지난해 9월 마이너스 대출 평균금리가 가장 높았던 한국씨티은행과 금리가 가장 낮았던 신한은행 간 금리 격차는 2.23%포인트였다. 넉달새 한국씨티은행이 마이너스 대출 평균금리를 0.4%포인트 올린 영향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특별히 대출금리를 올렸다기보다는 작년 9월 이후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이 대출을 많이 받으면서 평균금리가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면서 "당행 특성상 마이너스 신용대출의 시장점유율이 낮고 저신용자가 대출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별 금리 변동 격차도 컸다. 지난해 9월 이후 마이너스 대출금리가 떨어진 은행은 IBK기업은행(4.52→4.5%), 한국SC은행(4.88→4.84%) 정도다. KEB하나은행(3.74%)도 구 외환은행(4.11%)과 구 하나은행(3.85%)에 비해 대출금리가 내려갔다. 반면 KB국민은행은 마이너스 대출 평균금리가 4.17%에서 4.64%로 0.47%포인트 올랐고 신한은행도 0.2%포인트 오른 3.82%로 나타났다. 이외에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대출금리 수준이 넉달 사이 변동이 없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공시시점 기준 신규고객의 상품비중에 따라 평균금리가 달라질 수 있는데 공기업이나 상장사 직장인 대출 같은 우량고객의 마이너스 대출보다 범용 고객의 마이너스 대출이 늘어나 평균금리가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그달그달 마다 취급되는 대출금리를 평균내서 나오는 숫자라 우량대출이 많으면 금리가 떨어지고 저신용자가 많으면 금리가 올라가면서 금리차이가 매달 발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