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르포]제주 폭설에 결항…'혼돈 속 4일'의 재구성

시계아이콘02분 0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제주 폭설로 관광객 6만여명 발 묶여
1박2일 출장이 항공기 결항으로 3박4일로
기대에서 체념으로…25일도 항공기 운항재개 어려울 듯


[르포]제주 폭설에 결항…'혼돈 속 4일'의 재구성 24일 새벽 제주공항 내 항공사의 항공권 발권데스크 앞에서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기를 바라는 많은 체류객이 쪽잠을 청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AD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연수원의 제주 이전을 기념해서 22일부터 23일까지 1박2일 제주출장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달초 제주도로 출장을 가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한 정부 기관에 새로 출입하게 된지 얼마되지 않은 탓에 직원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 흔쾌히 가겠다고 답했다. 한파가 밀려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1박2일 출장이 3박4일로 이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22일은 영하의 기온이었지만 하늘은 하루 종일 맑았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출발해 청주공항을 가는 길은 순탄했다. 청주공항에서 비행기가 20여분 가량 연착됐지만 지방공항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하며 오후 3시께 제주행 비행기가 올랐다.


제주에 도착하니 바람이 많이 불어왔다. 삼다도(三多島)를 실감케 하는 바람이라 여겼다. 40여분 남짓 교육원을 돌아보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다만 달무리가 지면서 눈이 올 조짐을 보였다.


둘째날인 23일 아침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는 버스가 갑작스런 폭설을 만났다. 1~2cm 가량 눈이 쌓이면서 안전을 위해 바퀴에 체인을 채웠다. 아침식사를 끝냈지만 눈은 계속 내렸고 예정됐던 오름 등반은 취소됐다. 일부 기자들끼리 공항에 결항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르포]제주 폭설에 결항…'혼돈 속 4일'의 재구성 24일 유례없는 폭설이 내린 제주 시내 전경


일행보다 먼저 돌아가는 비행기를 예약한 한 경제지의 임모기자는 오전 10시께 공항으로 향했다. 먼저 돌아가는 그를 몇몇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떠나고 제주공항에서 결항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는 호텔로 돌아가 비행 재개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 공항에 발이 묶인 사람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고 하루 더 머물러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양말이나 속옷이 여벌이 없는 것도 문제였지만 출장 이후 스케줄을 잡은 사람들도 이를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루 종일 내린 눈은 도로를 빙판길로 만들었다.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은 제주 일대 정전으로 불이 모두 꺼져 헐레벌떡 도로 나와야 했다. 호텔 등에는 사람들이 몰려 숙박난이 벌어졌다. 기자들도 방을 구하지 못해 3인1실에서 지내야 했다.


먼저 출발했던 그 기자는 비행기에서 6시간을 대기하다가 저녁에야 도로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를 마중가기 위해 차편을 알아봤지만 대중교통은 마비상황이었고 도로 위에 택시도 없었다. 가까스로 택시를 불러 웃돈을 주겠다고 설득해 공항에 향했다.


저녁 9시가 다 되서야 택시가 도착했지만 택시기사는 한사코 미터기 요금만 받겠다고 고집을 부려 어쩔 수 없이 3만원을 냈다.


[르포]제주 폭설에 결항…'혼돈 속 4일'의 재구성 24일 제주 시내에서 운전자들은 얼어붙은 빙판길에서 거북이 운전을 해야했다.


삼일째인 24일은 기대가 체념으로 바뀌었다. 일요일이면 날이 풀려 출근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날 정오까지 공항을 폐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눈발이 오락가락하면서 어제보다는 기온이 풀리며 곧 안정을 되찾아갔다. 관광객 중 일부는 오전부터 공항을 빠져나와 제주 시내나 인근 호텔로 발길을 옮겨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음식점에도 등산복 차림의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제주시내에 위치한 영화관에서 만난 최모씨(45)는 "주말동안 한라산에 설경을 구경하려고 왔는데 한라산은 올라가지도 못하고 영화를 보러 올지는 상상도 못했다"며 "오늘 돌아가려고 했지만 하루 더 머물려야 해서 제주 지인의 집에 신세를 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생활에서 불편은 이어졌다. 제주시 외도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모씨(41)는 "주말 동안 추워서 커피를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눈이 많이 와서 좋지만은 않다"며 "아무래도 눈이 많이 와서 일손도 더 많이 가고 물건도 배달이 늦어져 이만저만 불편한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이날 25일 오전 9시까지 공항 폐쇄를 연장한다고 발표했고, 관광객들은 제주에서 하루 밤을 더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9시를 기해 공항 폐쇄를 25일 오후 8시까지 연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월요일에도 제주를 떠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다시 찾아왔다.


25일 제주에 발이 묶인지 나흘째를 맞았다. 제주도 산간에는 대설경보가 산간을 제외한 지역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5·16도로를 포함해 도로 곳곳은 통행제한이 내려졌고 대중교통을 하라는 속보가 TV에 계속 떠오르고 있다.


제주공항공사는 24일까지 항공기 결항으로 피해승객이 약 6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까지 결항이 이어지면서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