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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⑭] Wham! - 「Make it Big」(1984)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9초

청춘듀오, 비디오 시대를 정복하다

[서덕의 디스코피아 ⑭] Wham! - 「Make it Big」(1984) Wham! - 「Make it 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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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마돈나(Madonna)가 지배하던 80년대의 팝계는 록과 블루스의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디스코나 댄스 등의 가볍게 즐기는 음악이 대세를 이뤘고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과 앤드류 리즐리(Andrew Ridgeley)가 결성한 듀오인 왬!은 이런 지점과 잘 맞아 떨어지는 매력을 지녔다. 애초에 팀명부터가 심각함과 거리가 멀다. 왬!은 만화의 ‘쿵!’, ‘쾅!’같은 의성어다. 대부분 팀을 결성할 때 폼 나고 뜻 있는 이름을 고르느라 고생하는 걸 생각하면 재미있다. 팀명에 느낌표가 포함된다는 점도 유쾌하다.


「Make it Big(메이크 잇 빅)」의 첫 곡인 ‘웨이크 미 업 비포 유 고-고(Wake me up before you go-go)’는 왬!의 매력이 극대화된 대표곡이다. 조지 마이클은 앤드류 리즐리가 남긴 메모를 보고 영감을 얻어 이 곡을 작곡했다. 스포츠카처럼 시원하게 귓속을 달리는 멜로디, 사랑의 메시지와 간단한 안무를 지닌 이 곡은 꾸준히 리메이크되며 사랑을 받았다. “Choose Life”라 적힌 티셔츠와 핫팬츠를 입고 각선미를 뽐내며 마이크도 없이 뻔뻔하게 립싱크로 이 곡을 공연했던 조지 마이클의 모습은 80년대의 방송문화를 대표한다.

끈적끈적한 색소폰이 귀를 끄는 ‘케어리스 위스퍼(Careless Whisper)’도 첫 곡을 이어 메가 히트를 기록했고 ‘에브리씽 쉬 원츠(Everything she wants)’와 ‘프리덤!(Freedom!)’ 역시 매력적이다. ‘라이크 어 베이비(Like a Baby)’도 몇 번이고 다시 찾게 만든다. 모든 곡이 그들의 다리처럼 매끈한지는 않다. 특히 ‘하트비트(HeartBeat)’는 놀라울 정도로 볼품없다. 사람들은 축복 같은 음색과 엄청난 성량을 지니고 이를 완벽하게 다룰 줄 아는 조지 마이클의 보컬이 평범한 곡도 뛰어난 곡으로 만드는 광경을 자주 보아 왔지만, ‘하트비트’는 그의 목소리로도 어쩔 수 없는 곡이 있음을 알려준다.


많은 히트곡과 시행착오를 담은 이 앨범은 제목 그대로 ‘크게 성공(make it big)’했다. 미국에서만 500만장이 팔렸고 이 성공을 통해 왬!은 냉전 시대 중국에서 공연한 최초의 서방 뮤지션이 되었다. 하지만 왬!이 정말 팀으로서의 성공한 것이냐는 질문은 남는다. 듀오의 역할분담이 극도로 불균형하기 때문이다. 조지 마이클이 앨범의 프로듀싱과 작사와 작곡과 보컬까지 도맡은데 비해 앤드류 리즐리는 앨범 중 한 곡의 공동작곡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 고작이다. 음악으로는 세션 수준의 역할밖에 없으며, 무대에서 역시 마이클의 백댄서로 보일 정도로 비중이 적다. 이렇게 보면 왬!은 조지 마이클이란 거대 뮤지션의 출발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왬!은 팀으로서 성공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음악적 기여는 적었지만, 리즐리는 매 앨범마다 의상과 앨범 컨셉 등에서 기획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음악적 역량 외에도 많은 것이 필요했던 1980년대라는 비디오 시대의 스타였다. 훤칠한 외모에 멋지게 차려입고 흥겹게 흔드는 두 청년은 소녀 팬들을 몰고 다녔고 이런 점에서 리즐리의 역할이 왬!의 성공에 기여했음은 분명하다. 물론 처음부터 혼자였더라도 미남에다 음악적으로 워낙 뛰어난 조지 마이클은 어떻게든 성공했을 것 같지만 말이다. <문화평론가>


[서덕의 디스코피아 ⑭] Wham! - 「Make it Big」(1984) 서덕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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