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덕의 디스코피아 ⑦] Bee Gees - (1967)

시계아이콘01분 23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디스코 좀 하는 형님들의 수줍던 과거

[아시아경제]

[서덕의 디스코피아 ⑦] Bee Gees - <Bee Gees 1st>(1967) Bee Gees 1st
AD

대가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보면 대체로 첫 두 앨범에서 비범함이 보인다. 특히 설익었을지언정 자신들이 살던 시대를 남들과 다르게 해석하는 독창성이 드러난다. 이 점에서 대가인 비지스(Bee Gees)는 예외적이다. <비지스 퍼스트(Bee Gees 1st)>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보다 1960년대의 주류였던 사이키델릭(Psychedelic) 팝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특히 비틀즈(The Beatles)의 그림자가 짙다. 다섯 번째 트랙인 ‘인 마이 오운 타임(In My Own Time)’은 ‘닥터 로버트(Dr. Robert)’와 ‘택스맨(Taxman)’의 카피버전이며, 히트곡인 ‘뉴욕 마이닝 디재스터 1941(New York Mining Disaster 1941)’ 역시 존 레논 커버곡처럼 들린다.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은 모리스 깁(Maurice Gibb)에게 이 곡이 너무 비틀즈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각적인 느낌을 주는 재킷도 비틀즈의 스타일과 비슷한데, <리볼버(Revolver)>(1966)의 커버를 만든 베이시스트 클라우스 부어만(Klaus Voorman)이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지스는 데뷔 앨범을 흉내로만 채우지 않았다.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곡은 역시 ‘홀리데이(Holiday)’다. 가사와 멜로디는 서정적이지만 음산한 오르간이 전반에 흐른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 보이는 반주와 멜로디 그리고 가사의 조합이 기괴하면서도 황홀하다. 뛰어난 멜로디 메이킹 능력 역시 확인된다. ‘투 러브 섬바디(To love somebody)’에서는 수없이 많은 러브 송을 만들게 될 배리 깁(Barry Gibb)의 작곡 능력이 돋보이고 로빈 깁(Robin Gibb)이 만든 ‘아이 캔트 시 노바디(I can‘t see nobody)’ 역시 소녀들을 설레게 할 법한 달콤한 발라드다.


사이키델릭 팝과 발라드의 미묘한 경계에 있는 이 앨범은 엄밀히 말해 비지스의 첫 작품은 아니다. 당시 비지스는 이미 호주에서 데뷔한 후 영국과 미국 팝 음악계를 노크하던 중이었다. <비지스 퍼스트>라는 제목은 아마도 세계무대에 나서는 ‘첫’걸음이란 의미일 것이다. 데뷔작이 당시 유행에 충실했던 건 세계의 주류에 진입해야했던 그들의 현실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앨범을 듣다보면 굳이 유행을 따르지 않았어도 그들이 결국엔 성공했으리란 확신이 든다. 앨범 대부분의 곡에서 수줍은 느낌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데, 멜로디 메이킹 능력이야말로 장르와 유행에 관계없이 유효한 재능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는 이들의 행선지가 디스코가 되리라는 어떤 조짐도 없다. 그럼에도 디스코 시대의 군계일학으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이들의 작곡 능력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비지스 퍼스트>는 그 잠재력을 확인시켜준 레전드의 멋진 데뷔작이다


여담. 이 앨범이 즐거운 또 다른 이유는 로빈 깁의 보컬이다. 비지스가 디스코로 노선을 바꾼 뒤 배리가 보컬을 맡으면서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로빈의 역할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공연에서는 백 보컬을 하거나 그 역할마저 없을 땐 마이크를 쥐고 다리를 흔들 뿐이라 안쓰럽기까지 하다. 로빈은 디스코보다는 서정적인 곡에 어울리는 고운 목소리를 가졌고, 이 앨범에서는 부동의 메인 보컬로서 그 매력을 충분히 발산한다. 배리 깁의 가성이 디스코에 적합했던 건 사실이지만, 로빈의 목소리로 백 보컬로 쓴 것 역시 사치 아니었을까.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