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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④] Victor Wooten, 'A Show of Hands'(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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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기타와 두 손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서덕의 디스코피아 ④] Victor Wooten, 'A Show of Hands'(1996) Victor Wooten - A Show of Hands(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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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대중음악에서 베이스 기타의 기여는 절대적이다. 그렇지만 관심을 가장 덜 받는 파트이기도 하다. 밴드에서 베이스는 화려하기보다는 묵묵히 받치는 역할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일은 드물다. 레드 제플린을 이야기 할 때 베이시스트 존 폴 존스를 로버트 플랜트(보컬)나 지미 페이지(기타)보다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베이스를 밴드의 중심에 위치시켰던 선구자들도 물론 있었다. 크림의 잭 브루스, 위대한 베이시스트들조차 우상이자 본보기로 삼았던 쟈코 파트리우스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빅터 우튼의 첫 솔로 앨범만큼이나 베이스를 앞세운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 10대가 되기 전부터 베이스를 연주했다는 우튼의 첫 솔로 앨범 <어 쇼 오브 핸즈(A Show of hands)>에는 사람의 목소리와 베이스 기타의 연주 외에 아무것도 녹음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악기로 조화롭게 구성된 앨범들만큼 푸짐하다. 빅터 우튼의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인 '유캔 홀드 노 그루브(U can't hold no groove)'부터 압도적인 연주력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곡에서는 줄을 강하게 때리거나 뜯어서 소리를 내는 슬랩(slap) 주법이 현란하게 구사되는데, 베이스로만 이루어졌음을 잊게 될 정도로 화려하고 빈틈이 없다. 그루브를 탄 선 굵은 베이스음이 흥겨운 곡이다.

'비젼(환영ㆍThe Vision)'은 환각적인 멜로디에 얹힌 청아한 음색이 5분 30초라는 연주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다. 베이스는 본래 저음의 악기지만, 우튼은 현에 손가락을 가볍게 대고 배음을 내는 하모닉스(harmonics) 주법으로 고음을 살려낸다. 수록곡들의 배치도 드라마틱하다. 휴식 시간에 듣기 좋을 법한 '오버조이드(Overjoyed)'에서 한 숨 돌리고 나면 '어 쇼 오브 핸즈(A Show of Hands)'와 바로크 음악을 연상시키는 멜로디의 '클래시컬 썸프(Classical Thump)'가 다시 흥을 일으킨다.


개인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곡들이 앨범 후반에 등장한다. '미 앤 마이 베이스 기타(Me and my bass guitar)'에서는 베이스 기타에 대해 지고한 애정을 표한다. 또한 흑인의 인권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데, 마지막 곡 '워즈 오브 위즈덤(Words of Wisdom)'에서는 연주 사이사이로 마틴 루터 킹의 그 유명한 연설이 들린다.


<어 쇼 오브 핸즈>는 가장 현란한 베이스 연주가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단지 기술적이어서 감동을 주는 음반은 아니다. 이 앨범이 훌륭한 근본적인 원인은 베이스에 대한 연주자의 애정, 베이스의 모든 음을 끌어내고자 한 상상력, 그 음들로 구성된 아름다운 멜로디다. <어 쇼 오브 핸즈>는 어떤 뛰어난 기술도 오직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데 써야 한다는 빅터 우튼의 지향이 드러난 명반이다.



■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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