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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②] 조지 해리슨, '리빙 인 더 머티리얼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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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덕의 디스코피아 ②] 조지 해리슨, '리빙 인 더 머티리얼 월드' 리빙 인 더 머티리얼 월드(Living in the materia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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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해리슨은 보통 다음과 같이 기억된다. 조용한 비틀, 인도 종교에 심취한 비틀스의 막내, '섬싱(Something)'과 같은 명곡을 들려준 작곡가. 기타의 신(神) 에릭 클랩튼의 친구. 전부 사실이지만 그를 이해하기엔 너무도 단편적이다. 비틀스에 대한 조지의 기여는 존 레넌이나 폴 매카트니에 비해 적었지만 솔로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남긴 족적은 누구 못지않게 풍성했다. 그 묵직한 발걸음 중 하나가 물질세계 속 삶의 고단함을 노래한 1973년작 '리빙 인 더 머티리얼 월드(Living in the material world)'다.


 조지에게 이 무렵은 고난의 시기였다. 그의 싱글 '마이 스위트 로드(My sweet lord)'는 흑인 여성 그룹 시폰스(Chiffons)의 '히스 소 파인(He's so fine)'을 표절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올랐다. 비틀스의 나머지 멤버들과 폴 사이의 소송은 날로 험악해졌다. 조지는 크리슈나 만트라를 외며 이 시기를 버텼다. 그래서일까. 앨범의 뒷면에는 힌두교의 성전(聖典)인 바가바드 기타(Bhagavad-Gita)에서 가져온 그림을 넣고 그 안쪽에 산스크리트어로 '옴'을 새겼다. 이들이 조지의 버팀목이 되었으리라.

 조지는 '기브 미 러브(Give me love)'로 앨범의 문을 연다. 절대자에게 영원을 갈구하는 밝은 멜로디, 카포(Capo:기타의 음정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보조 기구)를 끼운 기타 스트로크가 영롱히 퍼지기 시작하면 조지는 특유의 여린 목소리로 차분하게 노래한다. "내게 사랑을, 세상에 평화를, 내게 빛을, 삶을 주세요, 저를 생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세요…." 이 곡은 싱글로 발표돼 폴의 '마이 러브(My love)'를 밀어내고 미국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조지는 프라이어 파크에 지은 자택의 스튜디오에서 음반을 녹음했다. 사운드를 가득 채우기보다는 멜로디에 집중했다. '기브 미 러브'에는 슬라이드 기타와 영적인 가사, 아름다운 선율 등 조지의 진면목이 집약됐다. '슈 미, 슈 유 블루스(Sue me, Sue you blues)'는 폴의 법정 소송을 주제로 다룬 블루스다. "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재밌는 일이야"라고 읊조리는 '더 라이트 댓 해즈 라이티드 더 월드(The Light that has lighted the world)'의 멜로디에서는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돈 렛 미 웨이트 투 롱(Don't Let Me Wait Too Long)'과 '리빙 인 더 머티리얼 월드'는 더 없이 유쾌하고, '비 히어 나우(Be here now)'는 다시 집중을 요구한다.

 엘범 '리빙 인 더 머티리얼 월드'에는 작곡가로서 농익은 조지 해리슨이 있다. 타고난 재능과 비틀스 시기에 수련한 내공이 어우러져 빛을 내며 모든 곡이 듣기 편하고 즐겁다. 간단한 코드 몇 개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드는 그의 천부적인 능력이 잘 드러난다. 이 탁월한 결과물은 미국에서 1위, 영국에서 2위, 호주와 캐나다 등에서 톱 10 안에 들었고 평론가들의 환영을 받았다.


조지는 전작인 '올 싱스 머스트 패스(All things must pass)'와 '리빙 인 더 머티리얼 월드'를 통해 지나치게 거대한 자신의 과거에서 완전히 독립했다. 20세기 최고의 재능으로 꼽힌 존과 폴에 못잖은 능력을 세상에 확인시켰으며, 솔로 뮤지션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다졌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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