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지난 16일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된 과천 주암동 화훼단지는 눈발이 섞인 추운 날씨 탓인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화훼단지 내 비닐하우스 대부분은 인적이 없이 문이 잠겨 있었다.
주말에도 문을 연 몇몇 업자들은 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 지정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K농원 관계자는 "화훼단지 식구들 가운데 땅주인은 10% 정도 밖에 안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대규모 주택단지를 조성하게 되면 영업권을 박탈당한다는 소리인데 시설보상, 권리금은 물론이고 향후 영업권까지 확실하게 보장을 해줘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또 다른 원예업자는 "보통 겨울은 각종 시설을 정비하고, 묘목과 모종을 사들이는 등 향후 영업을 위해 돈을 쓰는 시기"라며 "수도 공급 및 난방시설을 전면 교체하는데 5000만원을 썼는데 당장 내년 개발에 들어가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주말 오전이었지만 주암동 선바위역 주변 중개업소는 모두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곳 중개업자 대부분은 과천 뉴스테이 지정에 대해 "의외의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H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LG연구개발센터 인근 또는 사당역 방향 남태령 그린벨트 부지가 먼저 개발될 것으로 생각됐는데 예상 밖으로 관심권 밖이었던 곳이 선정됐다"며 "우면보금자리지구가 바로 옆이어서 난개발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지구 남쪽으로는 기무사령부까지 위치해있어 층수 제한 등 여러가지 제약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개업자들은 화훼단지 일대 땅값이 대략 3.3㎡당 200만원 정도에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P공인중개사 대표는 "어제도 화훼단지 일대 토지 거래를 문의하는 전화가 몇 통 있었다"며 "서초우면보금자리 토지 수용때 3.3㎡ 당 340만원 정도 보상가격이 책정됐기 때문에 현 시세와 비교해 거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인데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오히려 촉진지구와 인접한 지역 토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 뉴스테이 조성으로 취락지구로 변경되면 이에 인접한 그린벨트의 경우 예외적으로 해제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H 공인 관계자는 "싼값에 수용된 그린벨트 해제지는 사업시행자에게 조성원가 수준에 공급하는 등 보금자리때보다 낮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았던 토지주들은 지구로 묶인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그 주변 땅에 대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우면보금자리와 인접한 그린벨트 토지가 3.3㎡ 당 500만원 이상에 거래된 적도 있다"며 "이 같은 사례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구 지정 인근 토지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오는 6월 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 지정을 확정하고, 7월부터 보상작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감정평가 작업 등을 마치고 실질적인 보상 절차는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구 지역 개발행위는 전면 제한된다. 투기적 거래 등으로 지가 상승 우려가 있을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당 지자체에 요청할 예정이다. 필요 시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투기방지대책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이곳에는 뉴스테이를 포함한 아파트 5700채가 들어선다. 2018년 3월 입주자를 모집해 2020년 말에 아파트가 완공되면 약 2만 명이 거주하는 '미니신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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