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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새정치의 강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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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새정치의 강속구 박철응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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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부산의 아이들은 온통 최동원이었다. 공을 던지기 앞서 양말을 끌어올리고 로진백(송진가루 주머니)을 만진 후에 모자를 고쳐쓰고 안경을 두 번 정도 올린다. 타자를 내려보는 것처럼 턱은 약간 들어줘야 한다. 그리고는 빠른 동작으로 몸을 꼬았다가 왼손을 하늘높이 추켜세운 다음에 불길을 내뿜듯 공을 뿌린다. 어린 녀석들은 서로 '내가 더 똑같다'고 싸워대며 그 요란스러운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그는 유년시절 우상 중 하나였다.


최동원은 1월1일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등번호가 11번이기도 했지만,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꿈꿨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2011년 53세로 아쉽게 마감한 그의 삶은 전설을 차곡차곡 쌓는 과정이었다. 경남고 재학 시절이던 1976년 최동원은 군산상고와의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승자결승에서 삼진 20개를 잡아내며 9대1 대승을 이끌었다.

롯데자이언츠에 입단한 이듬해인 1984년에는 14번의 완투를 포함해 27승13패 6세이브에 방어율 2.40의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지금으로선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최동원은 1ㆍ3ㆍ5ㆍ6ㆍ7차전 무려 5차례 마운드에 올라 혼자 4승을 일궈냈다. 3번의 승리는 완투였다. "무리라는 걸 알죠. 알지만 나갈 수 있는 한 끝까지 나가서 이겨야죠." 6차전 승리 이후 최동원이 한 말이다.


최동원에게 열광했던 것은 기록 때문만은 아니었다. 피해야할 순간에도 그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연속으로 몇 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마운드 위 그의 표정은 "봤지? 나는 최동원이야"라고 하는 듯 했다. 가슴 속을 뻥 뚫리게 하는 통렬함이 있었다. 선동열은 "최동원이라는 산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산을 목표로 달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최동원은 프로야구선수 협회 모태 격인 선수회 창립을 주도하면서 롯데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되고 방황을 겪었으며 1990년 은퇴해야 했다. 선수회 창립과 관련해서는 "나는 1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였다. 단지 어려운 선수들을 돕고 싶었다"고 했다.


1991년에는 부산광역시의회 선거에 출마했다. 이때도 그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경남고 선배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합당으로 만든 민주자유당의 입당 제안을 거부하고, 3당합당을 거부한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지키던 민주당(꼬마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선거 당시 최동원의 슬로건은 '건강한 사회를 향한 새정치의 강속구'였다. 최동원은 낙차 큰 커브가 일품이기도 했지만 뭐니뭐니해도 '칠테면 쳐보라'는 듯 던지는 강속구가 상징이었다. 그의 강속구는 경기장에서 최고였지만 세상이라는 경기장에서는 좌절을 안겨줬던 셈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정치판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다. 여전히 '새정치의 강속구'가 필요해 보인다.






박철응 금융부 차장 he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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