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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중년 남자가 낮잠을 자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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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중년 남자가 낮잠을 자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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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쪼가리, 뒤집힌 슬리퍼, 아이들이 먹다 남긴 사과 몇 조각…. 작심하고 늘어지겠다며 거실 바닥을 뒹굴던 지난 주말, 우연찮게 녀석들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내 나와바리(구역)를 감히…' 몸뚱이를 왼쪽으로 두 번 굴려 양말 쪼가리와 슬리퍼를, 다시 오른쪽으로 세번 굴려 사과 조각들을 집어 들고는 신속 정확하게 움직였다. 양말은 빨래통에, 슬리퍼는 거실 입구에, 사과 조각들은 내 입으로. 그러면서도 눈길은 분주하다. 또 어디 치울 게 없냐고.


나이 먹으니 반사 신경만 번뜩인다. 거실 바닥의 낙오자들을 발견하면 전대엽이 명령하기 전 손발이 먼저 움직인다. 허리 굽은 어머니가 틈만 나면 거실 바닥을 훔치듯 중년의 아들은 자질구레한 집안일에 시나브로 속박된다. 그런 심성이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을 닮았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 난로에 불을 피우고 /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현실의 아버지는 낙엽 대신 양말 쪼가리를 줍고, 불침번처럼 현관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살피고, 벽에 못을 꽝꽝 박는다. 회사에서 깨지고 뭉개지고 상처 입은 영혼을 겨우 눕힌 거실에서조차 널브러진 무언가를 치우느라 손발을 꼼지락댄다. 바로 그 거실에서 마눌님의 레이저 같은 시선을 견디며 낮잠을 자다 깨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울다 웃다 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중년의 모습이다.

남자가 나이를 먹으면 눈물이 많아지는 것은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의 역전현상에서 비롯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남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여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늘어난다. 그 바람에 중년 남성은 외모까지 변한다. 근육은 탄력을 잃고 가슴은 축축 늘어지고 하체는 비쩍 마른다.


의사들은 조언한다.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두부나 땅콩 같은 단백질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그러면 세로토닌과 엔돌핀이 다량 분비된다. 세로토닌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엔돌핀은 고통을 진정시킨다. 숙면도 중요하다. 우리 몸은 잠을 푹 잘 때 호르몬 분비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하루에 7시간 이상'은 의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새벽 일찍 출근해 새벽 일찍 퇴근하는 직장인에게 7시간이 가당키나 한가. 그러니 낮잠이라도 구걸할 수밖에.


옳거니!
중년 남성들이 주말마다 소파에서 빌빌거리는 데는 저런 속사정이 있는 거다.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려는 경건한 의식(儀式)인 거다. 그러니 부디 레이저 같은 시선으로 째려보지 마시길.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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