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가정용 전자제품 수입 41억5750만달러
소형가전 포함 중대형가전으로 품목 넓혀
TV, 로봇청소기 이어 세탁기까지 존재감
글로벌 점유율 격차 4배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로보락이 29일 일체형 세탁건조기 출시 행사를 대대적으로 연다.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고 있는데, 로보락은 출시 예고와 함께 행사를 통해 흥행몰이에 나선 것이다. 특히 행사에선 중국 본사 마케팅 고위 관계자가 발표자로 직접 나서 한국 시장에 신제품을 선보인 배경을 밝힌다. 중국 가전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로보락이 제품군 확대를 본격 선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로보락은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로보락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세탁건조기 신제품 론칭 설명회를 개최한다. 보원 첸(Bowen Chen) 로보락 세탁건조기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가 직접 발표자로 나서 기업 설명과 함께 신제품 2종을 소개한다.
로보락이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 건 중국 가전업체의 국내 공략 수위가 높아졌음을 뜻한다. 프리미엄 전략을 취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제품군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냉장고, 세탁기 등 가격대가 높은 가전에서도 중국의 기술력이 결코 한국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몇몇 분야에선 오히려 중국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보락은 중국 프리미엄 전략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한국 진출 3년 만에 점유율 1위를 달성했으며 국내 진출 첫해인 2020년 매출 291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2년부터는 2년 연속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높은 기술력에 로보락이 중국 브랜드인지 몰랐다는 사용자들이 대부분이다.
TV 역시 삼성·LG가 강조하는 프리미엄 TV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프리미엄군으로 분류되는 미니 LED TV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들은 거침없는 성장세를 기록하는 중이다.
지난해 11월 한국법인을 세우며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 TCL이 대표적이다. 회사의 QLED TV 제품은 같은 크기의 삼성·LG 제품에 있는 기능을 거의 다 갖추면서도 무게도 가볍고 가격 역시 저렴하다. 전국에 38개 AS(애프터서비스)센터도 운영하며 한국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업계에선 TCL이 그동안 국내에서 판 TV가 수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가전들은 이미 한국 안방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산 가정용 전자제품 수입 규모는 41억5750만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시기에 견줘 11% 증가한 것으로 현 추세를 이어간다면 연간 기준 5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중국 메이디의 점유율은 5.83%로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5.43%에서 지난해 5.61%를 기록한 데 이어 3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중국의 하이얼도 3.60%에서 3.71%, 3.72%로 파이를 넓혀가는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1.34%에서 1.35%, LG전자는 1.43%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친다.
그렇다고 중국 기업들의 약점이 없는건 아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취약점인 인공지능(AI)과 보안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경쟁력을 키우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구독 사업처럼 가전 관련 서비스나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한국 시장 공략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미·중 제재로) AI 칩 수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AI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가격 외 요소로 소비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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