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원 무죄’ 불만 표출, “국민 이름으로 기소” 강조…여론에 기댄 방식, 검찰에 부담 시선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은 엄정하게 수사해 책임자를 구속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기소했다.”
11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기자실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영렬 지검장은 이날 법원 재판 결과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예고도 없이 기자실을 방문해 법원을 공개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TV 방송카메라 촬영도 허용한 상태에서 견해를 밝혔다. 이영렬 지검장이 이날 내놓은 발언 중 주목할 포인트는 ‘국민의 이름’이라는 표현이었다. 국민의 이름으로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은 정치인들의 수사(修辭)로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검찰의 실질적인 ‘2인자’로 통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은 ‘절제된 언어’를 선보여야 하는 자리다. 그런 의미에서 이영렬 지검장의 11일 방문과 그가 내놓은 발언은 이례적이었다. 이영렬 지검장이 법원을 공개 비판한 이유는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배임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캐나다 석유개발회사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자회사인 정유회사 날(NARL)을 인수해 석유공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로 지난해 7월 구속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지난 8일 1심에서 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배임의 동기를 가졌거나, 이로 인해 하베스트가 장래 손실을 입을 것이라 예상할 정도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을 거래 과정에서 용인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유독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상징성’ 때문이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논란은 전임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수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사안이다.
검찰은 정치적인 부담을 감수하고 ‘부패척결’이라는 대의를 내걸고 수사에 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강 전 사장은 1심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검찰이 법원 판결에 불만을 지닐 수는 있지만, 서울중앙지검장이 공개 비판하는 게 적절한 행동이었을까.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검찰 인사 때문에 공보 담당인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이 공석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영렬 지검장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검찰의 의견을 드러낼 다른 선택이 없지는 않았다. 이영렬 지검장이 직접 나선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 활성화를 갉아먹는 부패 척결'을 강조한 상황에서 검찰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포석이 담겼다는 평가다. '강영원 무죄'는 법원의 판단 잘못이라는 점을 법조계 안팎에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영렬 지검장은 “재판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사실이 인정됐는데, 무리한 기소이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나서서 법원을 공개 비판한 행동은 검찰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이 즐겨 쓰는 ‘국민의 이름으로’라는 표현 역시 검찰답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공소장’으로 말하고, 법원은 ‘판결문’으로 말하는 법이다. 1심 무죄에 대한 불만 표출은 역으로 검찰 수사의 부실을 드러내는 결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됐겠느냐는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여론에 기댄 방식은 검찰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줄지는 몰라도 재판에 도움이 되는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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