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인사청문회…"거시경제정책에 대한 경험 부족이 우려"
"증세는 최후의 수단…넓은 세원 낮은 세율 구현"
경제민주화 성과 평가에 대해 의원들과 설전도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1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기재위 간사는 청문경과보고에서 "4대 부문 구조개혁 등 경제체질 개선과 재정 건전성 회복, 가계부채 해소 등 정책과 관련된 후보자의 소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회의원과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거쳐 정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산적한 경제 문제를 해결 가능한 능력을 보유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업무 수행이 무난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보고했다.
강석훈 간사는 "다만, 조세재정 분야의 전문성은 인정되지만,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경험 부족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조세연구원 원장 역임 시 추진한 정보화 사업 부실 등 행정경험과 리더십에 대한 의문 제기도 있었고, 행당동 아파트 매입가 축소에 대한 의혹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재위는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청문회 직후 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유일호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세없는 복지'와 관련 증세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증세는 필요하다고 해도 최후의 수단이며 현 경제 상황에서 증세는 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국민에게 증세논의를 해야한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세없는 복지란 세율을 인상하거나 세목을 신설하지 않고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정비, 세출구조조정 등을 활용해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라며 "면세자를 축소하고 넓은 세원을 확보해 낮은 세율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근로소득세 면세자를 축소해야 한다는 용역결과에 대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유 후보자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을 구현해야 하는데는 동의한다"며 "저소득층의 면세범위를 줄이면 누진적으로 고소득층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고소득층도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한다"고 했다.
주세 인상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 주세 세율을 높일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담뱃세 인상으로 3조6000억원을 증세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담배판매량은 전년보다 23.7% 감소했다"며 "당초 예상보다 금연효과가 없었던 이유는 담뱃갑 표시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야당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 재벌 편중 정책이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대기업 특별히 혜택을 준 것은 없다"며 "우리나라는 구조조정이 어려운 나라로 알려져 있다"고 답했다.
박범계 의원도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성적이 "100점 만점에 20점대라는 지적도 있다"며 "SK 최태원 회장이 사면받아 복귀하자마자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느냐. 자화자찬이 아니라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를 100개 이하로 줄였다.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하청기업 (문제도) 굉장히 많이 시정했다. 단가 후려치기도 시정하도록 만들어 놨다. 하도급법 대책은 역대 어느 정부도 못한 것을 처음으로 한 것"이라며 구체적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법인세 인상문제에 대해서는 "30대기업이 크다는 것만 갖고 만악(萬惡)의 근원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지금도 재벌들이 대부분 세금을 내는 것은 사실 더 걷을 수 있는 것을 걷는다면 하겠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입법을 두고도 유 후보자와 야당 의원간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신계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희 주장은 (서비스법에서) 보건·의료를 빼라는 것"이라며 "논란이 될 건 추후 논의로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인데, 왜 우리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김현미 의원은 "이 법이 없어도 (서비스산업 재정지원 등은) 다 할 수 있다. 기재부가 모든 부처에서 하는 제도개선을 할 수 있도록 한 게 서비스법의 핵심"이라며 이 법에 보건·의료 민영화 의도가 숨었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자는 "논리적으로 보건·의료 (공공성) 때문에 이걸 아예 빼기는 곤란하다"며 "보건·의료가 서비스법에 들어간다 해도 우리 의료체계가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는 게 아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선임에 대해 기재부 출신이라도 자산운용 분야를 알면 선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KIC 사장이 단순 펀드매니저의 역할을 하는 자리가 아니고, 국부펀드 같은 것"이라며 "자산 운용의 흐름을 알면 기재부 출신도 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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