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간호사 출신 김주기씨, 기초생활수급비 일부 선뜻 내놔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도 매달 3만원씩을 이웃돕기에 꼬박꼬박 내놓은 60대 여성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1일 장애인 지원단체인 푸르메재단에 따르면 충남 천안에 사는 김주기(64ㆍ여)씨는 3급 지체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약 40만원의 생활비로 근근이 살면서도 2007년부터 매달 3만원씩을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김씨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70년대에 독일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한 파독간호사 출신이다. 김씨는 1971년부터 1978년까지 7년간 독일에서 일하며 번 돈의 대부분을 가족에게 송금했다. 독일에 머무는 동안 비행기표값이 아까워 한국에 들어올 생간은 한 번도 못했다고 한다.
이후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돌아왔으나 이듬해인 1979년 4월 불의의 사고를 당해 뇌를 다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마비됐다. 병원에서도 살 가망이 없다며 한 달 만에 퇴원시킬 정도였다. 그러나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신앙에 의지하면서 조금씩 회복돼 지금은 산책하거나 스트레칭 등 간단한 운동도 가능할 정도가 됐다. 다만 그 과정에서 수없이 넘어진 탓에 치아가 온전치 않아 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씨가 푸르메재단을 만난 것은 2007년 10월이었다. 라디오에서 푸르메재단이 장애인을 위해 운영하는 푸르메나눔치과 이야기를 듣고 치료를 받으러 찾아온 것이다. 김씨는 "치아 치료를 하던 중 백경학 푸르메재단 이사로부터 우리나라에 장애인을 위한 병원이 부족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많이는 못 해도 조금이라도 기부할 수 있는지 여쭤봤다"고 말했다.
당시 김씨가 기초생활수급자이자 장애인인 것을 알았던 백 이사는 기부를 말렸지만 김씨의 의지가 워낙 강해 어쩔 수 없이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2007년 12월부터 김씨의 기부가 시작됐다.
기부액은 한 달에 3만원으로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다. 그것도 쪼개서 1만원은 푸르메재단에, 1만원은 독일에서 이민자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 '동행'에, 그리고 1만원은 다시 5000원씩 나눠 다른 두 단체에 매달 기부한다. 김씨는 "사실 기부를 더 하고 싶은데 생활은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3만 원밖에 못 한다"며 "나는 그저 살면서 고마운 마음에 서로서로 고마움을 전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푸르메재단이 짓는 어린이재활병원은 올해 봄 완공된다. 현재 병원 건립비용 440억원 중 약 8%에 해당하는 35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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