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경기도와 도교육청이 새해 벽두부터 '준예산'을 편성하는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광역자치단체가 준예산을 편성한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이번 준예산 사태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때문이다. 도의회 여야는 2016년도 누리과정 갈등을 빚으며 올 연말로 정해진 예산편성 기한을 넘겼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도교육청은 '지방자치법 제131조'(예산이 성립하지 않을 때의 예산집행) 등에 따라 4일 준예산을 편성,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준예산 편성으로 도내 취약계층 관련 사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도교육청의 화장실 개보수 사업 등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4일 경기도와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는 올해 예산안(15조5253억원)의 96%인 14조9250억원을 준예산으로 편성, 이날 도의회에 제출한다. 경기도의 준예산 체제는 도의회가 올해 예산안을 의결할 때까지 계속된다.
경기도는 준예산 체제아래서 ▲법령·조례에 의한 시설유지비·운영비(인건비ㆍ일반운영비ㆍ여비 등) ▲법령·조례상 의무경비(일반보상금ㆍ연금부담금ㆍ배상금ㆍ국고보조사업 등) ▲계속사업 예산 등을 집행할 수 있다.
그러나 법령·조례상 지출의무가 없는 사업예산은 집행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올해 편성한 자체사업 예산 집행은 모두 올스톱된다.
여기에는 ▲도정발전연구용역ㆍ공공기관경영평가용역 등 연구개발비(89억원) ▲ 따복기숙사 건립ㆍ경기도청 북부청사 증축ㆍ북부 소방청사 증축ㆍ파주 문산-내포간 도로확포장 등 시설비 및 부대비(2965억원) ▲교육비 특별회계 전출금 (528억원) ▲창의인성 테마파크, G-MOOC(온라인강좌), 일자리재단 등 남 지사의 핵심사업 등이 포함된다.
또 ▲일반운영비(984억원) ▲국외업무ㆍ국제화여비(67억원) ▲시책업무 추진비(34억원) ▲의원 국외여비(4억원) ▲재료비(45억원) ▲연구개발비(54억원) ▲포상금(32억원) ▲외빈초청여비ㆍ행사실비보상금(39억원) ▲민간이전(29억원) 등도 집행이 중단된다. 이외에도 재무활동경비(680억원)와 포상금(327억원), 자산취득비(24억원) 등 도정 운영경비(351억원)도 집행할 수 없다.
도교육청 역시 준예산 편성에 따른 예산집행에 제약을 받게 된다. 도교육청은 지난 2~3일 정책기획관 주도로 기초 작업을 벌여 일단 학교 신설 공사의 경우 전년도 이월 예산을 활용한 사업은 진행되지만 올해 신규 예산을 투입하는 예산은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노후 화장실 보수 등 방학 중 예정된 학교 내 '시설개선사업'도 재원 성격에 따라 집행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시책사업 연수, 소수 선택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 클러스터 준비(강사 선발) 등도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도교육청 설명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회계가 3월 시작돼 학교운영비가 중단되는 사태는 당장 피하게 됐지만 3월 교육과정 준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부서별, 교육지원청별 점검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도교육청은 비정상적인 준예산 상황을 조기 종식하기 위해 도의회에 예산안 처리를 적극 촉구하기로 했다.
한편 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일 오전 11시 대표단-상임위원장 연석회의와 5일 의원총회를 열고 현 상황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국내에서는 2013년 성남시가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준예산 체제에 들어갔다가 1주일만에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해결된 사례가 있다. 당시 성남시는 준예산 체제로 인해 1단계 공공근로 사업과 아르바이트 성격의 대학생 지방행정연수 체험을 중단했다. 또 동 주민센터와 청소년수련관 강좌, 임대아파트 공동전기료, 경로당 운영비 등을 집행하지 못했다.
앞서 남경필 경기지사는 3일 준예산 사태와 관련해 "국민께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태가 지속되지 않게 경기도와 도교육청, 도의회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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