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프로젝트
3.34㎞ 해저구간 관통 … 2017년 완공
3300t 초대형 첨단장지 'TBM' 동원
굴착·터널 구조물 건설 동시에 진행
지반 약해 24시간 모니터링 긴장 연속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관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서 깊은 도시, 터키 이스탄불. 요사이 나라 안팎으로 정세가 불안하지만 이곳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대륙 간 해저터널이 한국 건설사의 기술력으로 시공되고 있다.
'유라시아 터널 건설사업'은 2008년 말 당시 일본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주도하던 해저터널 사업에서 SK건설이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해외진출에 성공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유럽과 대륙 간 바다를 관통하는 해저터널 공사인 데다 1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초대형 해외 개발사업으로는 드물게 프로젝트 발굴에서 운영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건설·운영·양도(BOT) 방식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복층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5.4㎞ 해저터널의 접속도로를 포함한 공사 연장은 총 14.6㎞에 달한다. 2017년 4월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 완료 후 유지보수 및 운영기간은 314개월(26년2개월)이다.
터키 현지에서는 유라시아 해저터널 개통에 따른 교통개선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이스탄불시의 인구는 1400만명에 이르는데 주거지 대부분이 보스포러스 해협과 마르마라해 주변에 밀집돼 있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 간을 오가는 인구는 많은 반면 차량은 현재 두 개 교량만을 이용할 수 있어 교통체증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해저터널이 개통되는 2017년에는 하루 약 12만대의 차량 통행을 무난하게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00분 걸리는 해협 통과시간은 15분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SK건설은 지난해 해저터널 굴착공사에 나섰다. 1년 전인 2013년 유라시아 터널을 뚫을 핵심장비인 터널굴착장비(TBM·Tunnel Boring Machine) 제작을 완료한 뒤였다. '일디림 바예지드(YILDIRIM BAYEZID)'로 명명된 이 TBM은 단면 직경이 아파트 5층 높이와 맞먹는 13.7m에다 총 길이 120m, 무게 3300t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매머드급 터널굴착 장비다.
TBM은 프로젝트마다 필요한 터널 단면과 현장의 지질, 지반, 지하수 등 작업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주문제작 방식으로 생산된다. SK건설은 이 TBM을 제작하기 전 보스포러스 해협의 정확한 지질 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두 달간 해저물리 탐사를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해협의 빠른 유속을 버티고 최대 해저 100m가 넘는 지층의 지질분석을 위해 석유개발에 사용되는 시추선까지 투입했다. 보스포러스 해협은 폭이 좁고 인근 흑해와 마르마라해의 수위 차와 염분 차로 인한 밀도류로 인해 유속이 초속 3~4m로 매우 빠른 편이다. 해저탐사 후에는 3차원 물리탐사를 진행해 시추 간격 사이의 지반 상태를 재확인했다.
김택곤 SK건설 TBM 태스크포스(TF)장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유라시아 해저터널용 TBM에 암반과 토사를 관통하는 복합지질 커터기술을 적용했다"며 "이 기술은 계산 방법에 따라 TBM 굴진율에 커다란 차이를 보여 전체 공사기간을 좌우하는 TBM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유라시아 터널 공사에 사용되는 TBM 공법은 커터헤드로 암반을 압쇄·절삭하며 굴착작업을 벌이는 동시에 터널 내벽용 세그먼트를 곧바로 끼워 넣으면서 터널을 만들어 나가는 공법이다. 굴착과 동시에 터널 구조물 건설이 가능한 만큼 공기단축과 안정성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첨단 공법이다.
SK건설은 하루 평균 25t 트럭 100대 분량의 토사를 퍼 올리며 7m씩 굴진해 나갔다. 그리고 16개월 만인 지난 8월, 이스탄불 앞바다로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관통하는 데 성공했다. 해협 3.34㎞ 해저구간을 TBM으로 관통한 것이다.
최대 수심 110m 해저 밑에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요인이 많았다. 해저 땅은 모래, 자갈, 점토가 뒤섞인 무른 충적층인 데다 대기압 11배에 달하는 높은 수압으로 인해 자칫 바닷물과 토사가 터널 안으로 유입될 가능성마저 안고 있었다.
이진무 SK건설 유라시아 해저터널 현장소장은 "해저지층 상태를 정확히 알 수가 없는 만큼 최첨단 모니터링 장비를 24시간 가동해 TBM 굴진방향의 지질상태를 꼼꼼히 체크하며 공사를 진행했다"며 "동시에 터널 내부로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한 차수그라우팅 작업까지 수행했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앞으로 모든 공사 과정이 완공되기까지는 터널 굴진뿐 아니라 기존 도로 확장·포장공사, 교량 구조물공사, 건축 구조물공사, 접속도로 등 다양한 공종이 이어진다.
이 소장은 "우리가 만든 해저터널로 아시아와 유럽 대륙이 연결되는 순간이 기대된다"며 "SK건설의 이름을 걸고 당당히 세계 최초의 대륙 간 해저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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