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JTRT 프로젝트' 이끄는 김승남 대우건설 현장소장
[요르단=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다른 플랜트에 비해 돈 되는 프로젝트는 절대 아니죠. 원자력 발전소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시스템을, 그것도 EPC(종합설계시공)로 수주해 수출하는 첫 번째 현장입니다."
중동 사막지역 국가 중에서 요르단은 기후가 좋고 땅이 비옥하기로 꼽힌다. 한여름에는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돌지만 습도가 낮아 비교적 무덥지는 않다. 가을에서 겨울까지 우기로 접어들면 이따금 비도 내리고, 한겨울에는 눈 구경도 할 수 있다.
농업과 관광산업이 주가 되는 요르단에서 플랜트, 그것도 연구용 원자로를 짓는 공사는 쉽지 않았다. 한국과 달리 금요일 단 하루를 쉬는데 주 6일제로 일한다.
더욱이 요르단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장에서 자국민만을 근로자로 고용하도록 제한한다. 상업시설이나 건설 현장이 많지 않은 이곳에서 숙련된 작업자들을 구하는 일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연구용 원자로의 특성상 복잡한 공정이 많아 동원되는 인원은 많고, 일일이 작업 지시를 내려야 한다. 그 와중에 공사 인허가와 관련된 모든 문서는 영어가 아닌 아랍어가 통용되다 보니 사소한 구절 하나도 꼼꼼히 챙겨야 했다.
김승남 대우건설 현장소장(사진)은 "관리포인트가 다양하고 워낙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매일매일이 모험 같은 과정이었다"며 "지난 6월 원자로에 전원을 넣고 시운전에 들어가면서 요즘엔 주말도 없이 근무 중"이라고 털어놨다.
요르단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앞으로 상업용 원자로를 건설하고 아울러 이곳을 중동 지역 원자력 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다. 2023년까지 1000㎿급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중동에서 유일하게 석유가 나지 않는 요르단에는 대신 적지 않은 우라늄이 매장돼 있다.
요르단 정부 산하의 원자력위원회(JAEC)와 규제기관(EMRC), 그리고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 자문기관, 게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까지 이 같은 변화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이 첫 번째 연구용 원자로 사업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김 소장은 "각 기관이, 저마다 국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미묘한 입장 차이를 갖고 우리 프로젝트를 지켜보고 있고 작은 부분에도 이런저런 자문을 이유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 공사 과정에서 일정이 지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제 내년 여름 JRTR가 준공되면 대우건설은 원자력시스템을 일괄적으로 수출해 결실을 맺은 국내 첫 사례가 된다.
김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해외시장에서 우리 원자력 기술을 널리 인정받고 원자력 설계 능력을 확보한 원자력 EPC 전문회사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뗐다"며 "앞으로 대우건설이 세계 대형 상용 원전 수출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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