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기획재정부는 경상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 등 인위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8일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을 함께 관리하는 것은 총수요를 늘려 경기도 살리고 자연스럽게 물가도 올라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실질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경상성장률 목표를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국민들의 체감을 중시하는 거시정책을 펼치겠다"면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2% 설정을 계기로 실질성장률만 관리하던 거시정책을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을 병행 관리하기로 정책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일각에서는 '경상성장률이 정부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물가를 끌어올려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질성장률이 낮은 상황이면 기업과 가계가 모두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텐데, 일부러 물가를 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의 정책방향은 재정·외환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실질성장률과 물가를 함께 적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고속도로 통행료를 올린 것처럼 원가 요인에 따라 요금인상이 불가피할 때가 아니면 공공요금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물가 관리보다 민생경제를 챙기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기재부가 물가 관리에 나선 배경에는 실질성장률이 2%대 이하로 고착화돼 가는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저성장 과민증'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감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4~5%대의 경상성장률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과도하게 기대심리가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경제정책 당국이 경제주체와의 일종의 심리전을 펼치는 셈이다.
올해 3분기 민간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고, 전기에 비해서도 1.2% 증가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전기대비 0.2%, 0.5% 성장한 데 그친 설비투자도 3분기에는 1.8% 늘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실시,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활성화 대책의 효과가 컸다. 소비·투자 회복세에 힘입어 11월 소비자물가는 1년만에 1%대를 회복했다. 이 같은 기조를 내년에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가 함께 살아나야 한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통화당국이 2%의 중기물가목표를 설정한 것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예컨대, 노사협상에서 정부나 통화당국의 물가 목표를 근거로 임금인상률을 정하게 되면 명목소득을 끌어올리고, 가계의 구매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올해처럼 0%대 물가인상률이 유지될 경우에는 이와 반대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볼 수 있듯 저물가가 지속되면 경제의 활력이 떨어져 경제가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며 "특히, 국민들이 실질성장률보다는 경상성장률이 변동하는 것을 더 많이 체감하기 때문에 경제주체의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를 살리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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