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극심한 취업난에 일어난 이공계 선호 바람이 고등학교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과반을 개설할 수 있는 자율형사립고에는 신입생이 몰리는 반면 전통의 강자였던 외국어고는 지원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 희비가 엇갈린다.
내년도 원서 접수를 마감한 서울지역 외고들에 따르면 6개 외고 일반전형 기준 평균 경쟁률은 2.15대1을 기록했다. 지난해 2.51대1이었던 것에 비하면 경쟁률이 떨어졌다.
이에 반해 자사고는 올해 1.94대1을 기록해 2014학년도 1.66대1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고등학교 입시 경쟁률이 자사고에서는 오르는 반면 외고에서는 떨어지는 현상은 이과 선호 바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외고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과반 개설이 금지된 반면 자사고는 이과반을 절반 이상으로 크게 늘려 학생과 학부모가 이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자사고 전체 240개 학급 중 58%(139개)가 이과반이다. 일반고의 이과반 비중(37%)에 비해 20%포인트나 더 높은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올해는 과거 지원자 수가 미달됐던 자사고마저 지원율이 올랐다"며 "취업과 같은 경제적 상황이 외고 지원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국단위 자사고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대나 공대에 가려는 이과 학생들이 자사고로 몰리면서 고등학교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결과도 영향을 받았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2015학년도 수능 고교별 성적자료'에 따르면 상위 50위 안에 외고가 21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자사고 9곳, 국제고 6곳, 과학고 4곳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위 10위권에는 자사고가 4곳으로 가장 많았고, 국제고 3곳, 외고 2곳 순이었다. 대원외고를 제외하고 서울 내 외고 중 상위 10위권에 든 학교는 없었다.
최근 5년간 수능 성적 우수자 비율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자사고는 성적 우수자가 크게 늘어난 반면 외고는 대폭 줄었다. 입시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서울 자사고 22곳의 최근 5년 간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국어·수학·영어가 평균 2등급 이내에 드는 우수 학생의 비율이 2011학년도 8.3%에서 지난해 19.9%로 높아졌다. 반면 서울 시내 6개 외고의 우수학생 비율은 2011학년도 78.3%에서 2015학년도 48.2%로 30%포인트나 낮아졌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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