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과 함께 한 때 '대형 빅4' 반열에 올랐던 STX조선해양이 중소조선사로 재편된다. 업계에선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업황이 좋지 못한데다 지속적으로 몸집을 줄이면서 이미 중소조선사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11일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을 특화형 중소조선사로 재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은 대형 조선사와 수주경쟁을 해 온 해양플랜트, 중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의 수주를 중단한다. 대신 5만~7만톤급 탱커선, 해양 LNG 주유터미널(LNGB)에 수주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경쟁 상대가 국내 대형조선사에서 중국으로 바뀐 셈이다.
업계는 당연한 수순으로 평가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규모를 꾸준히 줄여왔다. 여의도 면적 2배 규모인 STX 중국 다롄조선소는 청산 절차를 밟고 있고 인력도 2년 새 24.4%(864명) 가량 줄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력이나 조선소 규모, 기술 면에서 대형 조선사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청산이 아니라면 STX조선해양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중소조선사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청산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경영상태가 정상궤도에 오르기 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조선소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중국의 조선사와 선종이 겹쳐 매번 수주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기술력을 키워 가격을 낮추거나 품질을 높이는 등 특화된 장점을 개발해야 도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대외여건 악화로 조선시황 침체가 심화되거나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생존 가능성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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