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SKY대학'을 졸업한 A씨(26·여)는 2년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주전공과 복수전공 모두 비(非)경영학 인문계지만 언론사와 대기업 등에서 인턴 생활을 했고 다년간의 아르바이트 경험도 쌓았다. 900점이 넘는 토익 점수와 컴퓨터·한자·한국어·한국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년간 지원서만 100여건을 작성했지만 면접을 볼 수 있었던 건 10건에 불과했다.
A씨는 "인문계 출신이라는 점이 이렇게 취업에 큰 걸림돌이 될 줄 몰랐다"며 "지금이라도 다시 고등학교 수학과 과학을 익혀 공대에 재입학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인문계 전공 지원자가 넘쳐나는 가운데 사내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직무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 B씨는 "인문계 전공자의 경우 공대처럼 전문적인 기술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어차피 입사 후 처음부터 모든 일을 가르쳐야한다"며 "눈에 띄는 특별한 스펙이 있지 않는 이상 선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문학을 전공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은 어느새 취업계의 '불문율'이 돼 버렸다. A씨와 같이 인문계 전공자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극심한 취업난에 '문송(문과라서 죄송하다)'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이유다.
취업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이과생'이어야 하는 시대다. 인문계를 졸업해서는 지원서를 쓰는 족족 서류부터 탈락하기 일쑤다. 인문계 내에서도 경영학과를 비롯한 일부 실용학문 전공자는 취업을 '꿈' 꿀 수라도 있지만 철학과와 같은 기초학문 전공자는 그마저도 어렵다.
'문송' 외에도 인문계의 취업 현실을 자조하는 신조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방대 출신의 여자 인문대생을 지칭하는 '지여인'과 인문대생의 90%가 논다는 '인구론'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4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인문계열 취업률은 58%에 불과했다. 연보에 따르면 계열별 취업률은 의약계열이 81.4%로 가장 높고 ▲공학계열 75% ▲사회계열 61.5% ▲자연계열 61.7% ▲인문계열 58% ▲교육계열 51.7% 순이다. 인문계열 취업률과 공학계열과의 차이는 17%포인트나 난다.
이처럼 취업이 어렵다보니 전공과 맞지 않는 직업을 찾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고용정보원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의 전공불일치 비율은 2005년 23.8%에서 2011년 27.4%로 3.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공학계열보다는 인문계열의 전공불일치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인문계열 취업자의 전공불일치 비율은 44.9%로 절반에 가까운 인문계열 대졸자가 자신의 전공과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공학계열은 23.4%로 20%포인트 가량 차이가 나 인문계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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