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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황당 규제 '한우 티본' 다시 없을까

시계아이콘01분 10초 소요

어제 정부가 발표한 규제개혁안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한우도 '티본(T-Bone) 스테이크'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수입 고기에는 자유롭게 '티본'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었지만 국산 한우는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을 처음 듣고는 왜 그같이 불합리한 차별을 뒀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던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한우 티본' 사례는 규제정책의 한 실상을 보여준다. 또 규제개혁 작업에 필요한 시각과 태도가 무엇인지를 제시해 주고 있다.


한우에 티본이란 말을 쓸 수 없었던 것은 정부가 일부러 한우에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티본 명칭 사용불가'의 근거가 된 식육판매 고시는 쇠고기 10개(대분할 기준), 돼지고기 7개 등으로 부위를 나누고 있는데, 여기에는 위생과 소비자보호에 대한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같은 분류가 혼합부위나 새로운 부위의 개발을 막는 장애가 돼 버렸다. 그동안 한우 판매업자들이나 한우 농가 등에서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을 터인데 왜 진작 이를 바로잡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정부의 정책은 종종 애초의 의도와 다른 파생효과를 낳는다. 좋은 의도에서 만들어진 제도라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 것은 없는지 등을 점검하는 노력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한우 티본 사례는 현장 속으로 뛰어들어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려는 태도가 규제개혁 작업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시켜 준다.


이는 규제개혁에 '과감ㆍ신속'을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일괄개선'과 같은 구호성으로 펼쳐지고 있는 지금의 규제개혁 방식은 '졸속 완화'를 부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에 화학물질 등 환경 관련 규제 35건이 대폭 완화됐는데, 이를 과연 개선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중에는 시행된 지 1년 만에 폐지하거나 고친 것이 상당수다. 현장의 요구를 신속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애초에 충분한 검토 없이 도입하지 않았는지 의구심도 든다. 세계적으로 화학물질의 안전 관리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와도 어긋난다. 예컨대 유해화학물질 실내저장시설의 경우 지상에서 6m 미만으로 높이 제한을 받았던 것을 안전설비를 갖춘 저장시설에 대해선 이 높이 제한을 면제하기로 했는데, 2중의 안전장치를 하도록 한 이유를 제대로 따져봤는지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안전 공화국' 다짐이 벌써 흐지부지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규제의 여러 측면을 함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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