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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혼란스런 경제지표, 착시ㆍ오판 없어야

시계아이콘01분 09초 소요

우리 경제의 지표가 던지는 신호들이 혼란스럽다. 하나의 지표가 경기의 호전을 얘기하면 다른 지표가 이를 뒤집는다. 본래 경제상황이 간단히 파악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때보다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최근의 양상에 한국 경제의 불안정한 현실이 집약돼 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11월 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1%대로 올라섰다. 11개월째 이어졌던 0%대에서의 탈출로, 국민들의 체감물가 걱정과는 별개로 소비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공업 제품 가격 하락세가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멈춘 것도 소비 회복세를 반영했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어느 정도 씻어 주었다.

반면 그제 나온 통계청의 '10월 산업활동 동향'은 생산과 투자의 부진을 전하고 있다. 산업생산 증감률은 전월 대비 1.3% 감소해 지난 1월(-1.9%)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설비투자도 선박투자가 줄어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지난 10월보다 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는 생산ㆍ투자ㆍ소비 지표가 서로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표가 하나의 방향으로 동행하지 않고 각기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지표 간에 어긋나기도 하지만 같은 지표도 꾸준한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소비는 회복세인 듯 보이지만 그 기세가 견조하지 않다. 지난 10월 산매판매가 4년9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급조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효과 등을 감안하면 '반짝 호조'의 성격이 짙다. 경기가 매우 혼조 양상이며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상반되는 지표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규모에다 다양한 요인과 변수들이 뒤얽혀 돌아가는 우리 경제의 구조상 이 같은 지표 간의 상충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최근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 여건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한국 경제는 유난히도 지표의 '이중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무역수지 결과도 그런 점에서 그 전에 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11월 무역수지는 사상최대인 104억달러의 흑자를 냈지만 '불황형 흑자'의 산물이라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외생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합적이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큰 흐름과 세부를 함께 보는 눈이다. 특히 정책당국자는 구미에 맞는 지표만을 취사선택해 착시와 오판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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