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엔진 장착 유로5 차량 12만5522대 전량 리콜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폭스바겐이 우리나라에서 판매한 차량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도 불법조작한 것이 확인됐다. 불법조작으로 배출된 질소산화물은 최고 기준치의 31배에 달했다.
환경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국내에 판매된 폭스바겐 경유차 6개 차종 7대를 검사한 결과 문제의 'EA189' 엔진(구형 엔진)이 장착된 티구안 유로5 차량에서 도로주행 중 배출가스 재순환장치(저감장치)를 고의로 작동 중단시키는 임의설정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또 환경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음달 국내에서 디젤차를 판매 중인 모든 제작사로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국산 및 수입차 브랜드 16개사가 대상이다.
앞서 환경부는 유로6 차량 중 폭스바겐 골프ㆍ제타ㆍ비틀과 아우디 A3 등 신차 4종, 유로5 차량 중 폭스바겐 골프와 티구안 등 2종을 조사했다. 환경부는 "후속 모델인 'EA288' 엔진(신형 엔진)이 장착된 골프 유로5 차량과 유로6 차량은 현재까지 임의설정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추가로 자료확인 절차를 거쳐 임의설정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 23일 아직 판매되지 않은 폭스바겐 구형 엔진 차량에 판매정지 명령을, 이미 판매된 12만5522대엔 전량 리콜 명령을 내렸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인증 받은 내용과 다르게 자동차를 제작한 사실을 확인해 15개 차종에 대해선 과징금 총 141억원을 부과했다.
해당 제작차 인증취소는 청문 등 행정절차를 관련 규정에 따라 개시했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인증취소는 제작사가 동일한 차량을 수리해서 다시 인증받을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역대 최고 과징금 부과액이고 자동차에 대해 인증취소를 결정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리콜 명령의 경우 1년6개월가량 내리고 소비자 수용률 80%를 꼭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리콜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리콜된 차량 외부에 '인증' 스티커를 부착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구형 엔진이 임의설정을 했다고 판단한 근거로 우선 실내 인증실험 결과를 들었다. 인증실험 전체 과정을 5회 반복한 결과, 1회째 실험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가동된 반면 2회째 실험부터는 장치의 작동(순환통제밸브 개도율)이 줄었다.
또 전자제어장치 데이터와 질소산화물 배출 특성을 비교분석해 봤다. 실내 인증실험 전 과정을 반복했을 때 1회째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6회째 급가속 등 조건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작동이 중단됐다.
이 밖에 차량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 방법으로 실내 표준 인증실험 조건과 다른 가동 환경을 부과했을 때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했고, 실제 도로주행 실험에서도 미국 조사 결과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티구안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기준치의 19배(0.83g/㎞)에서 31배(1.38g/㎞)에 달했다.
실험실에서만 작동하던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도로에서도 작동하면 연비 감소와 성능 저하, 유지비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임의설정 장치가 실제 장착된 티구안 유로5 차량의 경우 국토부에 신고한 연비 수치와 별개로 운전자들은 그동안 연비가 좋다고 느꼈을 것이고 리콜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연비가 떨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번 리콜 명령에 따라 폭스바겐코리아는 임의설정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개선 방안과 리콜 전후의 연비 변화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포함한 리콜 계획서를 환경부에 내년 1월6일 이전에 제출해야 한다.
환경부는 미국에서 추가로 문제가 발견된 폭스바겐, 포르쉐 3000cc급 경유차를 포함해 국내에 경유차를 판매하고 있는 16개 제작사에 대한 추가 검사도 12월부터 시작해 내년 4월까지 마치기로 했다. 현대·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아우디폭스바겐·BMW·벤츠·포르쉐·재규어랜드로버·볼보·푸조·FCA코리아·포드·FMK·닛산 등이 대상이다.
홍동곤 과장은 "폭스바겐 유로 6 차량에 대한 배기가스 불법조작 여부도 데이터·외국자료 분석을 통해 내년 4월 함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임의설정에 관한 처벌을 강화, 폭스바겐 사태 재발을 방지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임의설정으로 적발된 차량의 과징금 부과 상한액을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고, 임의설정을 한 자동차 제작사를 사법조치할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을 신설한다. 현재 관련 법안은 이석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 해놓은 상황이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