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앞두고 기재정정 공시 14건
불성실공시법인 면피 꼼수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상장사들이 연초 목표로 잡았던 실적 전망치를 연말에 대폭 하향 조정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연초 실적 컨퍼런스콜이나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고서 연말이 되면 슬쩍 수정치를 끼워 넣어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분기 들어 '영업실적등에대한전망' 기재정정 공시를 낸 건수는 전날까지 총 14건이다. 지난해 4분기에도 총 16건의 실적 전망치 수정 공시가 있었다. 14건의 공시 중 매출액 수정치는 기존 전망치보다 평균 34.7% 줄었다. 영업이익은 무려 56.7%나 낮아졌다.
코닉글로리는 지난 2월25일 올해 매출액이 321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89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분기별로 약 20억~30억원의 매출을 낸 것으로 볼 때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지난 16일 코닉글로리는 기존 전망치를 수정해 당초 예상치보다 56.3% 줄어든 140억원의 매출이 날 것 같다고 공시했다. 공시 직후 주가는 3일만에 32.8% 폭락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
엑세스바이오는 올해 2월13일 영업이익이 154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25억5000만원 대비 503.9%나 늘어난 규모다. 연초부터 빌게이츠 재단으로부터의 연구지원, 말라리아 진단키트 수출확대 등 호재성 이슈를 잇따라 내놓으며 증권사 연구원들의 목표주가 줄상향도 이어졌다.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은 지난해 11월6일부터 올해 8월6일까지 총 다섯차례의 보고서를 내고 엑세스바이오 주가가 2만500원까지 오를 것이라며 '매수'를 권했다. 올해 영업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211.5% 증가한 73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하지만 엑세스바이오 주가는 현재 7000원대에 머물러 있으며, 3분기까지 3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8월 이후 하나금융투자는 엑세스바이오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것을 멈췄다. 엑세스바이오도 지난달 26일 올해 7억7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치를 수정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 대비 95% 급감한 수치다.
상장사들의 이같은 행태는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는 것을 피하려는 일종의 꼼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전망치와 실제 수치가 현저히 다를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수 있는데 정정공시를 내면 면피가 가능해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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