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배송 위해 중요한 것은 물류가 아닌 재고 보유 능력
100% 자체재고 100% 자가배송은 불가능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로켓배송ㆍ슈퍼배송ㆍ신데렐라 배송'
올해 유통업계를 달군 이 단어들은 '당일 또는 24시간 내 배송'을 약속하는 슬로건이다. 본격적인 물류 전쟁시대 개막을 연 단어이기도 하다.
소비의 15%가 온라인채널로 이뤄지면서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소매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가격과 배송 정책에 손대기 시작했다. '최저가'와 '당일배송'의 결합은 소비자를 매혹하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물류 전쟁으로 보이는 지금의 경쟁에서 최저가와 당일배송을 위한 선결 과제는 물류가 아닌 '재고 확보'라고 지적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24일 "유통업은 소비트렌드 변화와 정부의 정책 및 규제에 큰 영향을 받기에 올해도 업계는 다양한 이슈를 양산했다"며 "담뱃값 인상으로 시작된 2015년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면세점 대란을 거쳐 배송경쟁으로 마무리 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온라인 쇼핑 사업자들의 배송 경쟁은 과거 어느 때보다 업체들 간의 출혈을 야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유통업은 기본적으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사업"이라며 "이 중 채널력을 가지게 된 사업자들은 '비싼 자릿세를 받고 물건을 팔게끔 해주는' 채널사업자를 겸하게 됐다"고 전제했다.
이어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성장하며 '배송'이라는 행위가 추가로 필요해졌고, 종전에 이 행위는 당연히 입점업체 또는 소비자가 부담할 비용이었다"면서 "하지만 시장 경쟁 심화로 배송마저도 유통업체가 담당하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배송을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와 비용 부담이 필요해졌고, 이는 실적에 결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소셜커머스 업체들을 중심으로 자체배송, 최저가 생필품 판매를 시작하며 기존 사업자들을 위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온라인쇼핑의 핵심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가격과 배송 두 가지를 집중 공략한 것이다.
특히 쿠팡은 쿠팡맨을 통한 '자체배송'이라는 무기를 들고 나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물류, 배송 전쟁은 경쟁의 핵심을 흐리게하는 논란이라는 것이 서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당일배송은 온라인 쇼핑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당일배송을 위해 사업자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물류센터도 배송기사도 아닌, '재고 확보'"라고 강조했다.
자체 보유한 재고가 다양하고 많을수록 자기 물류센터에서 당일배송 나갈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재고 확보를 위해 물류센터가 필요한 것이지, 자체배송을 하든 외주배송을 하든 이는 당일배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쿠팡맨이 울리는 변죽에 우리 모두 잠시 혼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물론 이들의 공격이 기존 상장유통사들에게 위협인 것은 맞지만 기존 사업자들은 이들보다 이미 구축해 둔 경쟁력이 굉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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