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시 위반도 아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기획재정부는 '정부가 수입맥주 할인판매 규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언론 보도 뒤 촉발된 '맥통법(단통법에 빗대 탄생한 신조어)' 논란에 대해 "맥통법은 상상도 못 해본 용어"라며 "수입맥주 할인판매 규제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이 지난달 27일 '투자·수출 애로 해소 간담회'에서 "기준가격을 제시해 수입맥주의 할인판매를 제한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국산맥주 업체들에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네티즌들은 정부 규제를 맥통법으로 지칭하면서 "정부가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책통법(도서정가제)에 이어 수입맥주 시장에까지 간섭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재현 기재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 차관이 그런 언급을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산맥주 업계의 건의를 청취한 뒤 '맥주에 붙는 세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정도로 말한 부분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간담회에서 국산맥주 업체 관계자들은 주 차관에게 "수입맥주와 국산맥주의 과세 표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정책관은 "국산 맥주업체의 이 같은 건의에는 '수입맥주 가격이 국세청 고시 위반'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주류거래질서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는 주류를 실제 구입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산맥주 업체들은 "수입맥주 업계와 국내 유통 업체들이 해외에서 구입한 가격 이하로도 맥주를 파는 등 출혈 경쟁을 한다"며 국세청 고시 위반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재부가 실태를 파악한 결과 국산 맥주업체들 주장은 맞지 않았다. 임 정책관은 "예컨대 해외에서 1만원에 사온 수입맥주가 소비자들에게 1만2000원에 팔린다고 치면, 가격표엔 1만5000원이 찍힌다"면서 "국세청 고시 위반은 분명히 아니며, 기재부에서 이를 두고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도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법 측면에서 가타부타 논할 수 없다는 말"이라며 "일종의 판매 전략으로 봐야할지, 문제가 있으니 소비자들에게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알려야 할지도 불분명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국내맥주 업계는 수입맥주 업계와 유통 업체들이, 따져보면 할인이 아닌데도 '할인판매'라고 써 붙이는 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 문제라는 점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안 그래도 국산맥주보다 선호도가 높은 수입맥주는 할인 마케팅까지 더해져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수입맥주 시장 규모는 2013년 대비 약 25% 성장했다. 반면 국산맥주 시장 규모는 약 4% 증가한 데 그쳤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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