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입찰전으로 업계 피로도 최고…경쟁력 약화 우려
하루 아침에 4000억원 헛돈돼
면세점 특허 5년 시한부 현실로
김포공항·코엑스점도 2년내 특허 끝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내 면세업계의 '입찰 피로도'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면세 사업권을 두고 올해 이미 세 차례나 입찰전을 치렀지만, 내년 이후에도 관련 특허 종료가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내년 김포공항 내의 롯데·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특허가 각각 내년 5월과 2017년 12월 만료된다. 관련 입찰은 올해 말과 2017년 초 진행될 예정이다. 2013년 개정된 관세법에 따르면 면세 사업권의 특허기간은 5년이며, 매번 경쟁입찰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한다.
김포공항 면세점의 경우 신규 사업자인 두산, 적극적인 사업확장에 나선 신세계, 워커힐면세점 특허 상실로 면세사업을 접을 위기에 처한 SK네트웍스 등이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각 기업들도 실제로 입찰 여부를 내부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말에는 롯데면세점의 코엑스점 특허가 만료된다. 코엑스점은 강남권의 유일한 시내면세점으로, 인근 수요를 온전히 흡수하고 있는 주요 상권으로 꼽힌다. 이번 입찰에서 월드타워점 특허를 두산에 내준 롯데면세점의 경우 어느때보다 적극적인 수성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공항 면세점 대비 수익성이 뛰어나 기존 면세사업자나 신규 진입을 노리는 기업들도 만만치 않은 공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지난 7월 신규 사업권을 따낸 HDC신라,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해 이번 입찰에 성공한 롯데, 신세계, 두산 역시 2020년 또 다시 입찰에 나서야한다.
잦은 입찰전으로 업계의 피로도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사업권 획득의 기회가 열려있는 만큼, 보유한 사업권을 타사에 빼앗길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천억원의 투자비용을 들여 매장을 준비하고 브랜드 입점을 유치해도, 5년 후에는 폐점시켜야 할 수 있어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업권을 따내는 순간부터 잃을 걱정을 해야한다"는 자조적인 평가도 나온다.
한국에서의 운영 리스크로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형 매장, 또는 시장 지배적 기업 중심의 입점을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독과점을 막고, 중소기업에도 사업 기회를 줘야 한다며 관세법을 개정했지만, 사실상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형 면세점 입점을 고집해야 할 이유만 만들어줬다"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한국 면세시장의 효율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결정된 신규 면세사업자 선정 건은 기회 창출과 연계됐던 반면 이번 기존 사업자 변경 건은 한국 면세시장의 효율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시아에서는 단일 업체의 독점 구조가 오히려 일반적"이라면서 "장기간 경쟁력을 입증해온 사업자에 대한 권한 박탈은 전체 시장의 시스템적 효율성을 저해하고 한국의 잠재 리스크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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