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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으로 산다 시즌2]달라지는 은행원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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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으로 산다 시즌2]달라지는 은행원들(종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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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배지를 떼어낸다. 앞으론 넥타이 맬 일이 없겠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된 은행원이 사내 게시판에 썼던 글이다. 이듬해 6월 대동ㆍ동남ㆍ동화ㆍ경기ㆍ충청은행 등 5개 은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은행원의 신화도 함께 깨졌다. 창구에 앉아 '이자놀이'를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사실 이때 이미 종언을 고했다. 다만 위기극복의 시대가 지나고 1990년대 30여개에 달하던 시중은행이 10곳 내외로 압축되면서 같은 파이를 더 적은 숫자의 은행들이 나눠먹으며 안주하던 시간이 얼마간 이어졌다. 그 마저도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며 산산조각났다. 그러면서 고객과 당국이 은행원들에게 새로운 슈퍼 갑(甲)으로 떠올랐다. 변화를 싫어하는 은행업에도 '금융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 도마 위에 오른 월급봉투


금융개혁의 최정점에 있는 것은 은행원의 월급봉투다. 실적이 나빠도 꼬박꼬박 호봉에 맞춰 월급봉투가 두터워지는 은행원의 연봉이 '철밥통 금수저'라고 타박받기 시작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산업의 임금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금융산업의 임금수준은 2006년 129.7%에서 지난해 139.4%로 상승했다. 금융업 종사들이 전체 산업 근로자들보다 평균 급여를 40% 더 받는다는 얘기다. 남자 은행원만 보면, 평균 18.6년 근무하고 연 평균 급여는 1억100만원에 달한다. 반면 은행 수익은 나날이 줄고 있다. 올해 3분기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4000억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1조7000억원)보다 3000억원 줄었다.

3년 전 육아 문제로 은행을 퇴사한 김은정씨(33세ㆍ가명)는 지난해 은행 시간제 텔러로 복귀했다. 비정규직이다. 연봉은 2500만원. 오전 아홉시 출근해 오후 여섯시 퇴근할 때까지 숨돌릴 틈이 없다. 하루에 처리하는 전표는 줄잡아 백여 장. 다행히 그는 손이 빨라 회전율이 높은 창구텔러이지만, 옆 자리 정규직을 보면 속이 상한다. 김 씨는 "같은 일을 하는데 정규직 급여가 세배나 많다. 은행원들이 금수저라고 하는데 비정규직 입장에서는 딴 세상 얘기 같다"고 토로했다.


은행의 견고한 호봉제는 비정규직 확대로 이어진다. 그만큼 신규 채용은 박하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업의 근속 년수 1년 미만 비율은 8%로 전 산업 평균(14%)을 밑도는 반면 비정규직 비율은 42.1%로 전산업 평균(32.4%)보다 높다. B은행 관계자는 "호봉제 정규직을 뽑는 것보다는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 바람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능력에 따라 급여를 주는 성과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도 연봉제를 적용받는 지점장과 부지점장을 제외한 일반 직원들은 호봉제와 성과제가 혼합돼 있다. 다만 성과급이 급여의 10%에 불과하다. 이 비중을 늘려서 성과 중심으로 급여가 책정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C은행에 근무하는 조일수 부지점장(46세ㆍ가명)은 "위화감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성과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은행의 김수남 지점장(49세ㆍ가명)은 "개인 실적보다 지점 실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재의 평가 기준을 바꾸지 않는 한 지금의 논의는 공염불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은행 창구 풍경 달라진다


"옛날엔 작대기를 들고 고객 줄을 세웠고, 지금은 앉아서 기다리거나 찾아가죠. 옛날에는 자산이 아주 많아야 PB(자산관리 전문가) 센터로 모셨는데 이제는 문턱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A은행 김성하 상무(50ㆍ가명)는 달라진 은행 창구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신입행원 당시 종각 지점에서 일했던 그는 "건설사 해외 근로자의 월급을 주던 날은 창구가 발디딜틈이 없이 북적였다"며 "온라인 시스템이 없었을 때여서 수기 작성을 하고 원장을 만들고 일련번호를 확인하는 작업을 모두 수작업으로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다보니 월급날(25일)이나 월말에는 일더미에 짓눌려 밤샘을 하기 일쑤였다.


시대가 변했다. 지금은 지불계와 수납계, 시공과계라는 창구 이름도 '빠른창구'와 '상담창구'로 바꿨다. 손님이 창구에 오는 게 아니라 은행이 손님을 찾아가는 상황이다. 태블릿 PC를 들고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은행원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단체 고객, 중소기업, 벤처ㆍ소규모 상가 등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친다. B은행 이승수 차장(40세 가명)은 "처음에는 직원을 밖에 내보내 고생을 시키는게 아니냐는 내부 반발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우수한 직원들이 이 직군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핀테크(기술+금융)와 모바일 뱅킹 서비스, 인터넷전문은행 등 전통적인 은행 업무의 벽을 허무는 새로운 변화가 속속 도입되는 것을 은행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C은행 김수남 부장(49 가명)은 "사거리마다 은행 지점이 있는 풍경이 급속히 변하는 중이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사거리에 A B C D 은행 지점이 있다고 치면, 예전에는 A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이 B, C, D 은행에서 인감을 변경하려면 한참 시간이 걸렸다. 원장을 A지점에 보내 대조하고 전산을 수작업으로 변경하는 절차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A은행에 B은행 통장을 들고 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사거리에 은행 지점 4개가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김 부장은 "내가 신입 행원이었을 때는 은행원 하면 창구에 앉아 있는 모습이 떠올랐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바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며 "은행의 기능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는 변화를 은행원의 달라진 모습을 통해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원으로 산다 시즌2]흙 묻은 금수저가 운다①
[은행원으로 산다 시즌2]관-노-객 '삼각형 갑'에 우는 을 "은행원도 감정노동자"②
[은행원으로 산다 시즌2]은행창구, 갈림길에 서다③-끝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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