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흥시장 펀드에 통폐합…5년간 21% 손실+운용자산 88% 급감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4년 전 브릭스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던 골드만삭스가 최근 브릭스 펀드를 신흥시장 펀드에 통폐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브릭 시대가 골드만삭스에서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1년 당시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해 브릭스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 당시에는 맨 끝에 소문자 's'를 붙였다. 단순히 복수의 의미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브릭스에 합류하면서 맨 뒤에 붙었던 소문자 s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문명 첫 글자를 딴 대문자 S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맨 처음 오닐 회장이 언급했던 4개국을 맨 끝에 붙은 s를 빼고 브릭(BRIC)이라고 칭해 구별하기도 한다.
골드만삭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근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지난달 23일까지만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 투자하는 브릭 펀드를 운용했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 큰폭의 자산 증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9년간 운용했던 브릭 펀드를 폐쇄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브릭 펀드는 신흥시장 펀드로 통폐합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릭펀드를 청산하지 않고 신흥시장 펀드에 통폐합한 이유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에게 좀더 폭넓은 신흥시장 투자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브릭펀드는 지난 5년간 21%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흥시장 펀드는 1, 3, 5년 기준으로 수익률을 따지면 시장 평균을 웃돈다고 골드만삭스는 설명했다.
브릭펀드의 전성기는 2010년까지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브릭 지수의 수익률은 2010년까지 10년간 308%에 달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의 수익률은 15%에 불과했다.
골드만삭스 브릭펀드도 2010년 한때 운용자산이 8억4200만달러로 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올해 9월말 기준 운용 자산은 98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88% 급감한 것이다. 골드만삭스 내에서는 이미 오래전 브릭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골드만삭스의 도미니크 윌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12월 보고서에서 신규 노동력 공급 감소로 브릭 국가의 성장 잠재력이 절정기를 지났다고 진단했다. 오닐 전 회장은 2013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지금은 영국 재무부 차관을 지내고 있다.
펀드시장 조사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올해 브릭 펀드에서는 14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2010년 말 이후 환매 자금은 15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05년 이후 브릭펀드에 유입된 자금보다 많은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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