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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에 대폭 손질 정책보증…'피터팬 증후군' 도려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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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5년내 기업 연대보증 면제·보증 10년 이상 기업 '신위탁보증제' 실시

40년만에 대폭 손질 정책보증…'피터팬 증후군' 도려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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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조은임 기자]기업이 스스로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책보증제도가 40년만에 대폭 손질된다. 성장초기 기업은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지만 6년 이상 성장 단계에 진입한 기업은 경쟁력에 따라 보증을 유지하거나 축소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정부지원에 의존해 스스로 성장판을 닫아버리는 '피터팬 증후군'을 뿌리뽑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속내다.

금융위원회가 1976년 신용보증기금 설립 후 40년만에 내놓은 '중소기업 신(新)보증체계 구축' 방안의 핵심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영역 재조정이다. 신ㆍ기보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산업자금을 융통하는 정책금융 기관으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40년간 보증업무를 지속하면서 양 기관간 업무가 중복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장기간 보증에만 의존하는 '피터팬 기업'을 양산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현재 신ㆍ기보에서 보증을 받는 기업 중 업력이 10년 이상 된 곳은 15만개가 넘는다. 보증을 받는 전체 기업 중 25% 정도에 달한다. 이들에게 지원되는 보증 규모는 전체의 50%. 반면 창업한 지 5년 미만 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문제는 보증 수혜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곳이 매년 20개 안팎에 그친다는 점이다. 작년 말 기준 보증 수혜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전환 비율은 0.009%에 불과했다. 정부 보증에 기대 피터팬 상태로 남아 있는 기업들이 많다보니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40년만에 정책보증제도를 손질하는 것은 이같은 비효율성을 줄이고 선택과 집중에 주력해 근본적으로는 피터팬 증후군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로 신보는 기업 성장성 등 미래가치를, 기보는 기술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창의ㆍ혁신 기술기업 지원에 주력한다. 지식서비스업, 고용안정형 제조업은 신보가 맡고 혁신형 기술제조업, 서비스업(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은 기보가 지원한다. 개인 사업자의 경우 창업기에는 신ㆍ기보가 동시에 지원할 수 있지만 성장단계 이후에는 기보의 지원이 중단된다.


신ㆍ기보의 심사 인력과 조직도 '성숙기업 관리'에서 '창업ㆍ성장기업 지원' 중심으로 바뀐다. 신ㆍ기보는 조직 개편을 통해 창업 5년 이내 기업의 연대보증을 없애기로 했다. 연대보증 면제 조치로 보증 혜택을 받는 창업 기업은 올 9월말 기준 1400개에서 향후 약 4만개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1년 단위로 보증기관이 보증연장 여부를 심사하던 방식을 5~8년 장기보증으로 전환한다. 창업기업의 보증이용 부담도 일반보증(85%)보다 높은 90% 보증비율을 적용한다. 특히 창업 1년내 기업은 100% 보증받을 수 있다. 만약 BBB등급 기업이 2억원을 대출받는다면 지금은 85%의 보증비율에 따라 1억7000만원을 보증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90%인 1억8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창업 6년 이상 성장 단계에 진입한 기업은 경쟁력에 따라 보증을 유지하거나 축소한다. 10년 이상 보증을 받아온 성숙단계의 기업은 더 이상 정부 보증을 받을 수 없다. 대신 은행에서 보증 대출 여부를 심사하고 대출해주는 '신 위탁보증'제에 편입된다. 이에 따라 은행은 앞으로 위탁보증 총량(보증기관 → 은행 설정) 내에서 기업을 심사한 후 보증을 제공할 기업과 보증비율(50~85%)을 선택하게 된다.


2017년부터는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창업보증, 성장보증, 위탁보증, 안정보증으로 세분화된 신보증체계도 도입된다. 이를 통해 보증기관간(신ㆍ기보, 신보ㆍ 지역신용보증재단) 역할 재정립으로 특화된 영역에서 보증 공급이 보다 정교해질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창업ㆍ성장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로 '창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과 함께 장기보증 이용 합리화로 신규ㆍ창업보증 강화 등 선순환이 구축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성장을 꺼려했던 피터팬 증후군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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