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간 빅딜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어제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30일 삼성SDI의 화학 부문과 삼성정밀화학ㆍ삼성BP화학을 3조2562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그룹이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겼다.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기업경영의 집중도를 높여 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두 차례의 화학 계열사 매각으로 화학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핵심 사업인 전자ㆍ소재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롯데그룹은 유통ㆍ식품에 이어 화학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울 수 있는 신동력을 확보했다. 또 SK텔레콤은 420만명의 케이블TV 가입자를 확보해 유료방송 및 초고속 인터넷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KT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특히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지분 취득 후 종속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해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서 기반을 확보, 뉴미디어시장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자율 빅딜은 덩치 키우기에만 집중하던 과거의 인수합병(M&A)과는 다르며 국내 선두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핵심역량 집중과 전문화를 위해 사업재편을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과거와 같은 문어발식 확장이나 선단식 기업경영으로는 글로벌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자구노력이다.
세계경제가 저성장에 빠지며 우리의 수출은 지난달 15.8% 감소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예전같은 내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도 위협적이다. 칭화유니그룹이 글로벌 톱5 낸드플래시 기업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해 반도체 최강자 삼성을 위협할 세력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처럼 절박한 상황에서 선택한 돌파구가 자율 빅딜인 것이다.
대기업들의 자율 빅딜은 조선업을 비롯한 산업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은행 등이 지분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등을 과감히 민영화, 이 같은 흐름을 한층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의 자율적인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산업구조조정촉진법(원샷법)의 빠른 입법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 빅딜의 결과로 독과점의 심화,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처도 물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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