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설렁탕의 진실

찬바람이 불면서 뜨뜻한 국물 음식 생각이 많이 납니다. 대표적인 게 설렁탕이죠.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잠복근무 중인 박중훈과 장동건이 주고받던 말이 아니더라도 소 뼈와 고기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흰 쌀밥을 말고 잘 익은 깍두기를 곁들이는 그 맛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설렁탕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조선시대 임금이 선농단(先農壇)에서 풍년을 기원한 뒤 소를 고기와 뼈째 푹 고아 나눠 먹던 선농탕(先農湯)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세종대왕이 친경을 할 때 비가 많이 내려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배도 고프자 친경 때 쓰던 농우(農牛)를 잡아 물에 넣고 끓여서 먹었는데 이것이 설농탕(設農湯)이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또 몽고에서 고기를 맹물에 넣고 끓이는 조리법이 들어와 설렁탕이 됐다는 전혀 다른 설도 있습니다. 몽고 군사들이 전쟁 중에 간단하게 먹었던 고기 삶은 물인 '공탕'을 몽고어로 '슈루'라고 발음하는데 이게 전해져 설렁탕이 됐다는 겁니다. 몽고의 지배를 받았던 고려시대나 농사를 중시했던 조선의 문화 등 역사적인 배경들과 맞물려 이런 여러 설들을 생각해보면 이 가을 설렁탕의 맛이 더욱 풍성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