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베이컨·햄 등의 가공육을 섭취하는 것이 흡연만큼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결과에 대해 세계 육류업계 관계자들이 분노를 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산하연구기구인 국제 암 연구기구(IARC)는 이날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23일 영국 텔레그라프 등의 주요 언론들에 이 사실이 미리 알려지면서 업계의 공분을 샀다.
배리 카펜터 북미육류연구소(NAMI) 소장은 "IARC가 이론적으로 '유해하다(hazard)'고 밝힌 940개 물질 중에 가공육류와 적색육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IARC는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밝힌 물질은 요가 바지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이라고 비꼬았다.
영국 육류자문패널(MAP)로 있는 로버트 피카드 카디프대학 교수 역시 "적색육을 피한다고 암이 예방되지 않는다"며 "채식을 선택하는 것은 여러 삶의 방식 중 하나일 뿐이며, 반드시 건강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MAP 멤버인 캐리 룩스턴은 "영국인의 1일 육류섭취량은 1인당 71g으로, 정부의 권장량(70g)과 일치한다"며 "모든 사람들이 육류 섭취를 줄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여성이나 어린 소녀들, 학령기 이전의 아이들의 경우 육류를 더욱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류업계에서 독립적인 전문가들 역시 IARC의 주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영국 식품연구소의 이안 존슨은 "육류 소비와 암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가 있다는 증거가 있다 하더라도, 이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IARC가) 강조해야만 한다"며 "(육류가 암을 유발하는) 메커니즘 역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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