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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처럼 정신 돌아온 치매 노모, 北아들 작별 땐 또 "같이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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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처럼 정신 돌아온 치매 노모, 北아들 작별 땐 또 "같이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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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평생을 애타게 찾던 아들을 눈 앞에 두고도 못 알아보고 "이이가 누구야?"고 되묻던 구순이 넘은 치매 노모는 마지막 작별상봉에서 기적처럼 정신을 차리고 아들에게 금반지를 건넸다.

26일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열린 2차상봉 작별상봉에서 김월순(93) 할머니는 왼쪽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 2개중 하나를 꺼 북측 아들 주재은(72)씨에게 줬다. 아들 재은씨가 "안주셔도 되요. 어머니"라고 극구 마다했지만 김 할머니는 "안 필요해도 내가 주고 싶다"며 "가져다 버리더라도 갖고 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신이 온전치만은 않은 김 할머니는 작별상봉이 끝나고 헤어질 때는 또 북쪽 아들 재은씨에게 "같이 안가?"라고 말해 안타깝게 했다.

전날 단체상봉에서 "이이는 누구야?"라며 큰아들을 몰라봤던 김 할머니는 이날은 알아보는 눈빛이었다. 김 할머니는 아들 얼굴을 쓰다듬고 아들 볼에 뽀뽀를 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내가 죽어도 소원이 없다"며 "고마운 세상이야. 우리 재은이를 만나고..."라고 했다. 이내 눈시울이 붉어진 아들 재은씨는 자기 이름을 말하는 어머니에게 "우리 어머니 이제 정상이시네"라고 곧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을 참으며 웃어보였다.


다른 이야기를 하던중 김 할머니는 또 이내 또 북녘 아들을 가리키며 "애가 아들이야?"라고 하기도 했다.


이처럼 치매에 걸린 김 할머니는 이날 작별상봉에서도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북측 손녀 주영란(45)씨가 "통일되면 우리 집에 와서 살아요. 할머니. 우리는 할머니 고향에서 살아요"라고 고향 이야기를 하자 김 할머니는 "고향에서 왔어?"라고 답하다 또 옆에 앉은 큰아들 재은씨에게 "이건 누구요?"라고 묻기도 했다.


재은씨의 남쪽 동생 재희(71)씨는 "형, 이제부터 형이 어머니 모셔야 해"라며 "왜 내가 어머니를 모셔. 장남인 형이 모셔야지. 나 이제 안 모실거야"라고 형에게 투정을 부리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형 재은씨는 계속 "알았다"며 동생의 어깨를 토닥였다.


작별상봉이 끝나고 어머니가 탄 휠체어를 끌던 재은씨는 휠체어를 동생 재희씨에게 넘겨주며 "어머니, 살아있으십시오"라고 눈물을 흘렸다. 모든 가족이 기약없는 이별에 눈물을 흘렸지만 김 할머니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내 또 큰아들에게 "같이 안가?"라고 물었다.


이에 남측 아들 재희씨가 어머니를 부등켜안고 "핏덩이 버리고 왔다고 그렇게 얘기했잖아 엄마"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김 할머니는 그런 아들을 보고서도 멍한 표정으로 "나 데리고 집에 갈거지?"라고 말할 뿐이었다.


먼저 버스에 오른 김 할머니를 찾아나선 아들 재은씨는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연신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치매에 걸린 구순의 노모와 칠순의 북녘 아들은 60여년의 이산의 아픔을 짧은 2박3일간의 만남으로 마무리하고 언제 만나자는 약속도 없이 그렇게 헤어졌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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