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뭐하고 계세요" … "Here, I stand for you"
안성 야외 안치단에 유해 봉안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To 아빠, 아빠 사랑해요~♥ 뭐하고 계세요?'
가수 고(故) 신해철의 딸 지유(9)양과 아들 동원(7)군이 아빠에게 쓴 편지가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천진한 말투에서 묻어난 애틋한 그리움만이 그의 빈자리를 메웠다.
25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열린 신해철 1주기 추모식에서 납골당에 있던 고인의 유해가 유족과 동료,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외 안치단(추모 조형물)으로 옮겨져 영면했다. 27일은 고인이 사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양지바른 곳에 높이 2m, 너비 1.7m 크기의 오면체 모양으로 만들어진 안치단은 딸이 그린 그림과 '빛이 나는 눈동자가 있어서, 우리를 보고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는 두 자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설계됐다. 안치단에는 넥스트의 대표곡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Here I stand for you)'의 가사가 새겨졌으며, 두 자녀의 편지를 비롯해 고인의 분당 작업실을 재현한 모형물, '내일은 늦으리' 카세트테이프, 고인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 상패가 함께 담겼다.
오후 1시30분에 시작된 추모식에는 가슴에 보라색 리본을 단 팬클럽 '철기군'을 비롯한 다수의 팬들, 이현섭, 김세황, 정기송 등 전ㆍ현 넥스트 멤버 10여명과 '절친' 남궁연, JTBC '히든 싱어'의 신해철 편에 출연한 모창자들 등 500여명이 자리했다. 추모식은 송천오 신부가 집전한 미사로 시작됐다.
맨 앞자리에는 고인의 부인 윤원희씨와 두 자녀, 부모, 누나가 자리했다. 두 자녀는 의젓한 표정으로 찬송가를 불렀고, 부인은 간간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유해가 옮겨진 뒤 두 자녀는 고사리손으로 흰 국화를 헌화했다. 이어 1년 전 고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추모곡으로 널리 불린 '민물 장어의 꿈'을 넥스트의 트윈 보컬 이현섭이 선창하고 동료와 팬들이 합창했다.
팬들은 영정사진에 마지막 메시지를 적어 내려가며 여전히 가시지 않는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추모사 낭독에선 동료와 팬이 고인의 음악적인 업적에 감사하고, 독설가가 아닌 따뜻한 형이자 아버지였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워했다.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가수 싸이,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조화를 보내 추모했다. 이들의 슬픔을 위로하듯 유토피아추모관 평화의광장에는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가 크게 울려 퍼졌다.
부인 윤원희씨는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에 "암흑 속에 있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며 "힘든 와중에도 천사 같은 아이들이 제 손을 잡아줬고 온 국민의 애도와 격려를 받았다. 어린 아이들이 세상에서 날개도 펴지 못하게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가족끼리 더 힘을 모으게 된 것 같다"고 지난 1년간의 심정을 밝혔다.
이어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아빠가 같이 입학식도 가고 손도 잡고 입장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같은 시간대 잠든 건 아니었지만 여전히 누울 때마다 빈자리가 크다. 밤에 자다가 몰래 울기도 한다. 매일 매 순간 보고 싶다"고 고인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드러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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