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복지 장관 공개 질책 후 10여시간 만에 최광 이사장 사퇴 결심
"사퇴 표명도 속전속결로 진행돼야" 내부 목소리…금주 중 발표할 듯
홍완선 본부장 거취는 안갯속이나 이사장 직무대행, 복지부와 재논의 가능성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속전속결이었다. 20일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처음으로 공개 질책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밤사이 최 이사장을 따로 만나 사퇴의 뜻을 직접 듣기까지 채 10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사에 대한 월권 논란은 최 이사장이 책임지고 직을 내려놓기로 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민연금 1인자와 2인자를 둘러싼 내부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최 이사장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최 이사장은 전날 밤 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사장에서 물러나되 홍 본부장에 대한 비연임 결정은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근 전주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가 끝난 뒤 사외이사를 불러 모은 자리에서는 "월권, 항명이라니 참으로 억울하다. 살아가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비연임 결정에 대한 적법성을 호소했다는 전언이다.
최 이사장의 사퇴 표명은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압박에 이미 백기를 들었고 시간을 지체할수록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여론은 악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이 물러나면 국민연금은 곧장 기획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다. 전임 전광우 이사장 시절 중도 퇴임 이후 후임 이사장이 오기까지 류지형 당시 기획이사가 직무대행한 전례가 있다.
최 이사장의 퇴진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관심은 홍 본부장의 거취에 쏠린다.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후임 공모 절차 후 새 본부장이 올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홍 본부장과의 함께 물러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기관장이 조직을 위해 용퇴를 결정했으면 더 이상 생채기 내지 않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홍 본부장의 비연임 결정 철회를 포함한 연임 여부는 복지부와 재논의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랜 공직 경험으로 봤을 때 보건복지부가 이사장 직무대행과 홍 본부장의 연임을 놓고 처음부터 다시 협의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복지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 이사장이 인사 문제로 사퇴하는 이례적 상황인 만큼 직무대행을 맡을 기획이사가 홍 본부장에 대한 비연임 통보 철회 결정을 내리면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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