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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기관 연구원들 짐싼다-하]'소모품'으로 전락한 비정규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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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A씨는 올해 초 세종시 국책연구단지의 한 연구기관을 떠났다. 서울대 석사 학위를 갖고 있는 그는 연구기관 내에서도 일 잘하는 인재로 손꼽혔다. 하지만 처음 '위촉연구원'으로 시작할 때의 장밋빛 기대는 3년 만에 물거품이 됐다. 첫해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월급은 고작 170만원. 3년이 지나서도 실수령액은 200만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세종시로 연구기관이 이전하면서 월세 50만원에 월 30만~40만원의 차량유지비, 주말에 서울을 오고가는 차비까지 감당해야 했다. 무엇보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결국 짐을 쌌다.


7일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속 26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직원 5091명 가운데 40.4%인 2057명이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그쳤으며, 8개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평균연봉은 3000만원에도 못 미쳤다. 이직률도 정규직(5.5%)에 비해 6배 이상 높은 34.2%에 달했다. 특히, 이들 연구기관의 20대 고용 919명 가운데 89.2%인 820명이 계약직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직원에게는 연구기관별로 '임시연구원', '위촉연구원', '연수생' 등 다양한 직책이 따라 붙는다. 이 가운데 연간 계약을 하는 '임시연구원'은 그나마 보수나 처우가 괜찮은 편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우 공채를 통해 연구원에 들어간 '임시연구원'은 3년 간 근무태도와 실적을 평가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자격을 준다. 하지만 매년 계약을 맺어야 하고, 3년 근무 뒤에 정규직 자리가 나지 않으면 '무기계약직'으로 일해야 된다. KDI의 한 연구원은 "보통 4~5년 정도 계약직으로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서 "하지만 3년 근무기간을 채우지 않고 떠나는 임시연구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전이 없다'는 것. 어렵사리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얇은 월급봉투와 정부부처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연구기관의 위상 등 젊은 석·박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정주여건이나 생활환경이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해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종시에는 아직 종합병원, 백화점, 영화관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 갖춰지지 못한 상태다.


'위촉연구원'은 더욱 열악하다. B연구기관의 경우 3개월 단위로 위촉연구원과 고용계약을 맺는다. 주로 석사 학위자를 채용하는 위촉연구원은 일종의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 간 정규직 연구원을 돕는 일만 하게 된다.


20여년간 출연연구기관에 몸담은 C연구원은 "일 잘하는 위촉연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면서 "월급은 부족하고 복지혜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니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은 근무를 꺼린다"고 말했다.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연구기관의 최근 3년간 신규채용은 6473명이었지만, 이 가운데 12.4%(804명)만 정규직이었다. 인턴을 제외한 비정규직은 4283명인데, 이들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7.31%(313명) 뿐이었다. 기재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출연연구기관 연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7년까지 비정규직 연구인력 비율을 20~30%로 줄여야 하지만 올해에도 40% 안팎 수준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 실정이다.


대전지역 과학기술계 연구기관에서 주로 채용하는 '연수생'은 석·박사급 연수생들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연수생으로 나뉜다. 석·박사급 연수생은 고용계약을 맺고 4대 보험 혜택을 받지만 재학중인 연수생은 복지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열정페이'만 받고 일하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의 비정규직 연구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전국공공연구노조가 집계한 과기계 25개 출연연구기관의 연구인력 1만8000명 가운데 27%(5065명)는 연수생이다. 연수생은 2012년에 3572명에서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가 출연연구기관의 연구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연구원에게 정규직 문을 넓혀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출연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비정규직 연구원들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문화가 연구기관 내에 팽배해 있다"면서 "우수한 연구원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에게 기회를 늘려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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