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김지석(55) 수석 프로그래머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터줏대감이다. 지난 20년 동안 탁월한 감성과 안목으로 작품을 선별, 부산을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지로 이끌었다. 그가 이번 영화제에서 주목해야 할 세 작품을 소개한다.
*표범은 물지 않는다(프라사나 자야코디 감독/스리랑카)
"스리랑카는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작가를 간간히 배출한다. 2005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비묵티 자야순다라가 대표적이다. 프라사나 자야코디 감독은 그 뒤를 이을 재목이다. 이번 작품으로 아시아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불교에 바탕을 둔 동양적 사유를 절묘하게 담아냈다. 사냥꾼과 승려가 소녀를 공격한 표범을 죽일지 살릴지를 두고 충돌한다. 생존과 믿음 사이에서 근본적 철학 논쟁이 그려진다."
*카쉬미르의 소녀(카비르 칸 감독/인도)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다. 인도에서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독실한 힌두교 신자인 파반은 어머니를 잃어버린 다섯 살짜리 벙어리 파키스탄 소녀를 돌본다. 파반은 어머니를 찾아주기 위해 소녀와 함께 펀자브, 라자스탄, 올드 델리에 이어 카쉬미르까지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그려지는 종교와 국경을 초월한 사랑의 무한한 힘은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자객 섭은낭(허우 샤오시엔/대만)
"수정주의 무협영화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장군의 딸이지만 여승에게 납치돼 무술을 연마해야 했던 섭은낭의 무용담을 그리는데 이전의 무협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상미를 선보인다. 사랑하는 남자를 암살할지, 명령을 어기고 암살자로서의 삶을 끝낼지 갈림길에 선 섭은낭의 갈등도 세련되게 표현한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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