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금호산업이 금호피앤비화학에 발행했던 어음대금 90억원과 이자 30억원 등 총 120억원을 5년8개월 만에 갚으면서 금호석화 측이 관련 소송을 취하했다.
갈라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간의 관계가 화해 무드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 전 잔불 끄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지난달 24일 금호피앤비화학에 발행했던 어음대금 90억원과 이자 30억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금호피앤비화학은 소송을 취하하면서 공탁금을 찾아갔다.
관련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밝혔으며 금호석화 관계자도 "공탁금을 찾아가기 위해 소송을 취하한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이 공탁에 나선 같은 날 "본인의 부덕한 탓으로 가족 문제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가족간 화합을 위해 더욱 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호산업 인수를 결정지은 뒤, 가장 먼저 동생의 돈을 상환했다는 점에서 양 측 간 화해의 무드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석화를 상대로 진행 중인 상표권 소송은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금호석화가 어음 상환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자 '금호그룹이 아닌 금호피앤비화학 등 금호석화 계열사가 '금호' 상표를 계속 써오면서도 사용료를 내지 않았으며, 이를 지급할 어음대금과 상계처리했다'며 맞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관련해 '금호' 상표권이 금호그룹과 금호석화 공동소유라고 판결했다. 금호산업이 어음을 상환한 가운데, 금호그룹이 향후 항소심에서 승소한다면 금호석화 측은 금호그룹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사실상 상표권 소송에서 (금호석화가) 승소하니까 어음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해석한다"며 "두 회장 간의 화해는 사적인 영역에서 이뤄져야할 문제로, 회사 간의 관계까지 연결해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두 회장간 사적인 채널을 통해 화해의 의사가 전달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자금 모집에 나선 가운데, 아시아나 2대 주주(12.61%)인 금호석화 측의 반발 등을 예상할 수 있다"며 "박삼구 회장이 잔불끄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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