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부터 14일까지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가 열린다고 한다. 백화점에서 온라인 쇼핑몰까지 2만6000여개 점포가 참여해 최대 70% 할인된 값에 상품을 파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할인행사다. 이는 올해 코리아 그랜드 세일(8월14~10월31일)과 지난달 14일 임시공휴일 지정 등에 자극받아 미세하나마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가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벤치마킹해 마련한 것이다. 이번 행사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해 하반기 경기를 뒷받침하는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들어 소비심리 회복이 감지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난달 카드 국내 승인액이 전년 대비 10.3% 늘었고 이달 들어서도 13일까지 여객운송업의 카드 승인액은 27.7%나 증가했다. 지금은 그 같은 소비 회복세의 불씨를 살릴 계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원조격인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데 이 기간 중에 미국 연간 소비의 20%가 발생한다.
정부가 어제 경제장관회의를 거쳐 발표한 추진계획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10월1일부터 2주간 열린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역시 규모나 할인율에서 기대를 모을 만하다.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 약 2만6000여개 점포, 전국 200개 전통시장과 온라인 유통업체 16곳, 프랜차이즈업계까지 참여해 최대 50∼70% 할인해 물건을 판매한다. 정부도 프로모션 가격과 관련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국내 모든 카드사가 최대 5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도록 하는 등 거들기로 했다.
행사의 성공 여부는 소비자들의 반응에 달렸다. 벌써부터 재고털이나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끼상품이나 재고상품이 아닌 정품과 신상품을 과감하게 할인해 내놔야 한다. 소비자들이 좋은 상품을 싼값에 장만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한다면 연례행사화하면서 소비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행사는 이벤트성 고육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할인 판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계는 여윳돈이 없어 소비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 소비에 얼마나 쓰는가를 보여주는 평균 소비성향은 2분기에 71.6%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2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았다.
내수를 활성화하려면 보다 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성장과 고용, 임금 증대를 통한 가계소득 기반 강화가 그 답임은 정부와 기업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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