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3대에 걸쳐 주력 사업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육성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통합 삼성물산이 사옥을 서초동에서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옮기게 된 배경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고 호암 이병철 회장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 승계는 물론 상사에서 전자, 전자에서 바이오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성장 동력과도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다.
◆태평로 삼성본관은 삼성그룹의 살아 있는 역사= 태평로 삼성본관은 삼성그룹의 살아 있는 역사다. 지난 1976년 준공된 삼성본관은 준공과 함께 삼성물산(당시 상사부문)이 입주해 본사로 활용해왔다. 태평로는 조선 후기 화폐를 제조하던 '전환국'이 위치한 자리다. 호암은 당시 삼성그룹의 맏형 격인 삼성물산을 통해 부지를 매입, 사옥을 지어 삼성본관으로 활용했다.
20여년 동안 태평로 삼성본관을 지키던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에 자리를 비켜준 것은 이건희 회장의 주도로 삼성전자가 급성장하면서다. IMF 구제금융 요청 이후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위주로 한 그룹 성장 계획을 세운 뒤 태평로 본관에 삼성전자를 입주시켰다. 1998년 삼성전자는 삼성물산에게서 태평로 본관을 매입한 뒤 삼성전자 본사로 활용했다. 삼성물산은 바로 옆 건물로 이사했다.
2002년에는 삼성물산이 26년만에 태평로를 떠나 분당으로 이전했다. 이후 2008년 삼성그룹 서초사옥이 완공되며 태평로의 주인은 다시 바뀌었다. 같은해 삼성물산 상사 부문과 건설부문이 함께 서초사옥 B동으로 이주했고 삼성전자도 태평로를 떠나 서초사옥의 본관 격인 C동으로 입주했다.
태평로 본관은 리모델링 후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이 입주했다. 인근에 별도 사옥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 삼성화재와 함께 금융 계열사들이 나란히 태평로에 자리를 잡으며 태평로는 금융, 서초는 전자를 비롯한 제조업 계열사들이 나란히 입주하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맞아 태평로 삼성본관은 다시 삼성물산이 차지하게 됐다. 삼성물산으로 삼성그룹의 토대를 만든 호암, 전자사업으로 본격적인 부흥기를 이끈 이건희 회장, 바이오 사업으로 그룹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모두 핵심 계열사의 심장부로 태평로 삼성본관을 선택한 것이다.
◆태평로,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책임진다= 태평로 삼성본관에는 건설, 상사, 리조트 등 3개 부문이 자리잡는다. 최근 양재동 군인회관으로 이전한 패션 부문은 현재로는 이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이전하는 것과 동시에 전사조직을 재정비 할 방침이다. 전사 조직의 신설은 4개 부문의 사업을 통합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지고 있는 바이오 계열사를 삼성물산이 자회사로 두고 있는 만큼 삼성물산을 통한 신수종사업의 본격적인 육성도 기대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지주사에 걸맞게 위상과 격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단순히 지주사로서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과거 태평로에 자리를 잡았던 계열사들이 삼성그룹의 미래를 책임졌듯이 바이오 사업을 위주로 한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육성을 본격화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사옥 재정비= 삼성물산의 태평로 사옥 이전과 함께 삼성그룹의 계열사 사옥 재정비도 본격화된다. 오는 10월 서초사옥 C동에 입주하고 있던 삼성전자 디자인 부문이 양재동으로 이전한 뒤 그 자리에 서초사옥 A동에 입주해있던 삼성전자 한국총괄이 입주할 예정이다.
서초사옥 A동은 삼성중공업과 한국총괄이 모두 빠져나가며 삼성경제연구소를 비롯한 일부 계열사 사업부가 자리잡고 나머지 공간은 임대 공간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서초사옥 B동은 태평로 본관에 자리 잡았던 삼성카드, 삼성증권이 차지하게 된다. 금융 계열사 중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보험 관련 계열사들은 태평로에 그대로 머무르고 두 회사만 이동하는 것이다. 카드, 증권 업종 자체가 핀테크 등 IT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거리를 가깝게 둬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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