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환보유액 939억달러 줄어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중국의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폭으로 줄어든 것은 해외자금 이탈, 위안화 약세로 대변되는 중국 자본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중국 인민은행은 8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3조5574억달러로 전달보다 939억달러 줄어들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6월 고점 대비로는 무려 4358억달러나 감소한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큰손이다. 하지만 최근 감소폭이 눈에 띄게 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보유액 축소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 정부의 환시개입이다. 전문가들은 8·11 위안화 기습 절하 조치 이후 중국 외환당국이 위안화 추가 절하를 막기 위해 보유한 달러를 대거 시중에 내다 판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12~26일, 그리고 28일에만 인민은행이 500억달러를 매각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앞으로도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 둔화와 증시 불안으로 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자본유출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중국 정부의 외환개입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 그룹의 래리 후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보유액 축소는 중국 자본흐름이 뉴노멀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고성장과 막대한 경상흑자로 달러 등 외환을 차곡차곡 쌓아놨던 중국이 이제는 자본유출과 위안 약세에 대비해 보유한 외환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이란 점을 상기하면서 중국의 외환보유액 감소가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미 국채 매도에 나서면 금리가 상승해 기업들의 차입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중국의 미 국채 매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JP모건의 니콜라오스 파니기초글루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지난 3~4분기동안 보여진 중국의 자본유출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면서 "시장이 위안화 추가 약세를 점치고 있어 중국에서 자본이탈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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