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중국발 쇼크에서 벗어난 국내 및 글로벌 증시의 눈은 모두 미국 금리로 쏠려있다. 중국 증시의 안정화, 유럽의 양적완화 연장 시사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호재가 많아질수록 증시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모든 호재가 미국의 9월 금리인상의 강한 뒷받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증시와 같은 신흥국 증시들은 미국 금리흐름에 더욱 민감하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의 달러화 강세와 유동성 악화 우려에 대비해 이미 상당한 자금이 신흥국 시장을 이탈한 상황이다. 최근 7주간 신흥국 펀드에서 자금유출 규모는 360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380억달러에 맞먹는 규모다.
이런 측면에서 신흥국 증시는 미국 금리 방향성에 대한 연준위원들의 발언이나 대내외 시장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발 쇼크 이후 기술적 반등세를 보이던 국내증시도 다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게 된 것도 미국 금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수급부터 일반 투자자들의 심리까지 모두 미국 금리의 방향성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미국 금리에 대한 신앙심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타로카드에 빗대어 표현하면 '교황(Hierophant)'카드로 풀이된다. 중세시대 유럽에서 교황의 힘은 절대적이었는데 사실 그 힘은 스스로의 힘이라기보다는 당시 사람들의 강한 신앙심에서 나온 것이었다.
중세시대 교황청은 로마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중부 대부분을 차지한 교황령이란 영토를 가지고 있었고 군대도 보유하고 있었지만 프랑스나 독일 등 강대국에 비해 엄청난 국력을 보유한건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국적을 초월해 유럽지역 전체가 통일되게 가지고 있던 신앙의 힘은 국력보다 무서운 것이었다. 현실적인 힘보다 믿음의 힘, 사람들의 심리가 교황의 옥좌를 더욱 높였던 셈이다.
미국의 금리는 중세시대 교황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의 여파는 제한적이지만 미국의 금리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더구나 현재는 중국과 유럽, 일본이 상호 경쟁적인 양적완화정책을 펴고 있는 와중이며 세계경기에 대한 둔화 우려가 확대된 상황이다. 유동성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저금리정책이 깨지게 될 경우 이에 대한 투자심리는 고스란히 신흥국 증시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이달 세계증시의 이목이 오는 16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있다. FOMC 결과 발표가 있기 전까지 불안한 투자심리를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각종 매크로지표와 변동성 완화 등 대내외적 호재에 아직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FOMC 결과 발표 전까지 증시의 제한적 등락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최근 조정 폭이 컸던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화장품 등 고밸류 업종들 중 성장성을 여전히 보유한 종목에 대해 관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